'아가씨' 문소리, 네 장면만으로 증명한 박찬욱의 '신의 한 수'

[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서 문소리의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이 빛났다. 

'아가씨'에서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의 이모 역을 맡은 문소리는 흥행의 숨은 공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소리는 극 중 네 장면에 해당하는 짧은 분량의 특별출연임에도 탁월한 연기력으로 마지막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아가씨'에서 문소리가 연기한 히데코의 이모는 부모를 잃은 히데코의 정신적 지주이자 유일한 위안이 되는 인물로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인물이다. 남편인 코우즈키(조진웅)의 완벽한 통제 하에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의 이모는 히데코가 성인이 되어서도 코우즈키를 벗어나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동시에 향후 스토리 전개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결정적 캐릭터다.
 
어린 시절 히데코의 회상 신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문소리는 첫 등장부터 숨막히는 비주얼을 선보인다. 문소리는 까만 밤 단정한 기모노 차림으로 등장하며 어린 히데코와의 낭독회 연습 장면에서는 그만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코우즈키 앞에서 어린 히데코와 함께 낭독회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 문소리는 코우즈키의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결코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이모의 모습을 섬세한 표정연기와 몸짓으로 고스란히 살려냈다. 

특히 문소리는 디테일까지 고려한 치밀한 연기를 통해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완성해낸 동시에 코우즈키의 강렬한 아우라를 배가시켰다. 
박찬욱 감독 역시 이 장면에 대해 "코우즈키의 통제에도 모욕감을 내색하지 않으려 책을 뚫어지게 보는 문소리의 연기는 볼 때마다 아름답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왜 그가 정말 대단한 배우인지 증명했다"며 극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문소리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며 회자되고 있는 장면은 바로 낭독회 신이다. 이 장면에서 문소리는 비주얼, 표정, 목소리, 억양까지 완벽한 일본 귀족으로 분했다.

이는 실제 문소리가 약 2개월 간의 연습 끝에 완성해낸 낭독 연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자연스러운 일본어 구사를 위해 문소리는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읽고 쓰는 것까지 익혔고 실제 라쿠고(무대 위에 혼자 앉아서 일인다역을 하는 일본 전통예능) 영상이나 아나운서들의 낭독 영상을 찾아보는 등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문소리의 이번 특별출연은 박찬욱 감독의 러브콜이 성사된 것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단편영화 '파란만장'에서의 작업이 불발된 것을 내내 아쉬워했던 박찬욱 감독은 영화 '만신'에서 열연을 펼친 문소리와의 작업을 고대해왔고 이러한 소망은 결국 '아가씨'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문소리와의 작업은 오랫동안 바래왔던 소망이었다. '만신' 속 그의 연기에 소름이 돋았고 존경심을 갖게 됐다. 언젠가 꼭 한번 모시고 싶었다"고 문소리에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한편 문소리는 현재 영화 '특별시민'을 촬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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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