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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답답했다" KIA 서동욱이 잘사는 법 [XP 인터뷰]

기사입력 2016.05.14 08:01 / 기사수정 2016.05.14 08:01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나는 돌멩이. 이리치이고 저리치여도 굴러가다 보면 좋은날 오겠지….' 

트레이드가 발표된 날. 서동욱(32,KIA)은 운전을 하고 광주로 내려오는 내내 마시따밴드의 돌멩이를 들었다. 그리고 프로에서의 14년을 돌아보며 그동안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갈증을 느꼈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례적인 '무조건' 트레이드로 서동욱을 KIA 타이거즈에 보냈다. 받는 선수도, 현금도 포함되지 않은 조건 없는 트레이드. 염경엽 감독은 "KIA가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다. 서동욱이 잘되길 바란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서동욱은 이적 후 19경기에서 타율 3할2리 4홈런 15타점 출루율 3할9푼7리로 공격적인 부분을 메꿔주고 있다. 타석에서의 의욕이 눈에 보인다. LG와 넥센을 거쳐 10년만에 돌아온 옛 친정팀 그리고 "이제 정말 잘살고 싶다"는 다짐. 서동욱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이적한지 한달 정도 됐다.

"한달이 됐나? 벌써? 시간이 정말 빠르다.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 짧다(웃음)."

-트레이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게 언제인가.

"트레이드가 발표되기 전날 저녁에 들었다. KIA로 가게 될거라고 했다. 그리고 내일(4월 6일) 점심때 발표가 난다고 했다."

-또 다시 팀을 옮기게 됐다. 솔직한 기분은 어땠는지?

"음. 분명히 (넥센 구단에서)배려 같은게 있었다. 그 배려를 느꼈기 때문에 서운한건 전혀 없었고 사실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또 내 자신에게 아쉽고 실망스러운 것도 있었다. 돈을 많이 받아 FA로 팀을 옮기는게 아니니까. 넥센에 있을때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도 있고. 그나마 지금 감이 좋고 잘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보내준 넥센에도, 받아준 KIA에도 감사하다."

-넥센의 친한 동료들과는 어떻게 인사를 했나.

"노래 부르더라(웃음). 넥센에서의 내 응원가를 'KIA의 서동욱'으로 바꿔서. 사고를 쳐서 팀을 옮기는게 아니고 좋게 가는거니까 웃으면서 보내주더라."

-2군에서 5경기 정도 뛰면서 1군 콜업 준비를 했는데.

"김기태 감독님께 처음 인사를 드린날 내게 며칠의 시간을 주셨다. 2군에서 경기를 뛰면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사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내야 연습을 많이 못했다. 넥센에서는 1루와 외야에 맞춰 준비를 하다보니까 몸이 준비가 덜 됐었다. 경험을 해보니 외야 수비용 몸과 내야 수비용 몸, 또 1루수 몸의 밸런스가 다 다르다. 물론 그걸 빨리 적응하는게 내 장점이지만. 처음에는 동작이 굼떴었는데 지금은 체지방도 많이 빠지고 가벼워졌다."

-넥센에 있을 때도 2군에서 준비를 어떻게 했나. 트레이드가 아니었어도 분명히 기회는 있었을텐데.

"기회가 없을거라는 생각은 절대 안했다. 이번에 대만 2군 캠프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후배들이랑 정말 재밌게, 열심히 훈련을 했었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스케줄을 짜서 동생들과 연습을 한 보람을 느낀 소중한 캠프였다. 사실 어제(5월 12일)도 화성 2군에 있는 동생들을 만났다. 마침 함평 경기가 있어서 원정을 왔는데 같이 밥도 먹었다. 잘했을때나 못했을때나 늘 연락이 오는 동생들이다. 서로 좋은 기억을 가지고있는 사이라고 할까."



-사실 KIA 이적 후 1군 첫 타석 홈런은 조금 소름끼쳤다.(서동욱은 1군 콜업 첫날인 4월 19일 광주 삼성전에서 8회 대타로 출전해 투런 홈런을 쳤다)

"잊을 수 없다. 친 순간 '아 됐다'하는 느낌이 왔다. 나도 모르게(웃음). 사실 그냥 홈런 한개일 뿐인데 안도를 했다. KIA팬들에게 인사를 제대로 한 것 같아서 스스로도 뿌듯했다."

-타석에서의 의욕이 눈에 보일 정도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면 크게 아쉬워하고.

"올해 프로 14년차다. 그런데 한번도 감정을 티내지 않았다. 숨기려고 한건 아닌데 너무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트레이드 되던 날 광주에 차를 가지고 내려오면서 염경엽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감독님 컬러링이 '돌멩이'라는 노래다.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꽂혀서 운전해 오는 4시간 내내 들었다.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너무 답답했던거다. 내 속 마음이. (야구를 하면서)좋으면 좋다고 표현도 안했던 내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이제 KIA에 돌아왔으니 '내려놔보자'라는 마음을 먹었다."

-14년차인 서동욱에게도 변화하는 시기?

"그렇다. 10년전에 KIA에 있을 때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래서 내가 지금 후배들에게 할 일이 생긴 것 같다. (이)범호형 같은 스타급 선수들이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위치의 선수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있다. 내가 KIA에서 중고참으로 해야할 임무들이 있어서 하나하나씩 전도하는 중이다(웃음)."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있다. 근데 진짜로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 쫓기는건 아니다. 왜냐면 사실 나는 자신이 있다. 명확해졌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수비에서의 정립, 타석에서의 정립 그리고 한 경기에 대한 자세라던지 그런 모든 마음가짐이 분명해졌다."

-그게 어떤 계기로 명확해질 수 있었나.

"LG와 넥센에서 좋은 경험, 좋은 환경을 겪었다. 왜냐면 좋은 선수들을 많이 봤으니까. (이)택근이형, (강)정호, (박)병호, (서)건창이. 그런 선수들의 사생활이나 생각하는 것, 말하는 방식, 쉬는 방식 등 모든 것을 옆에서 보면서 느낀게 많다. KIA에서는 바나나 먹는 것부터 전도하고 있다. 이야기하지는 않고 직접 보여주는거다."

-바나나?

"선수들은 경기전 4시30분~5시쯤 밥을 먹으니까 경기 중에 당이 떨어진다. 근데 1회초 들어가기전에 바나나 한개를 먹고, 5회 끝나고 한개 먹고, 경기 끝나고 하나 먹으면 집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경기 끝나고 나서 저녁밥도 더 잘들어간다. 왜냐면 너무 힘들어서 밥이 잘 안먹히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방전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나.

"그렇다. 사실 경기에 대한 준비가 굉장히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을 보면 무의미하게 시간을 때운다. 안타까운게 이 친구들은 경기가 주 목적이 아니라 연습, 리허설이 주목적인거다. 내가 직접 보여주면 알게 될거라 믿는다. 나는 '윈윈 작전'을 쓴다. 좋은게 있으면 같이 먹어야 더 맛있다. 운이 좋아서 좋은 선수들 옆에서 많은 것을 봤으니 나 역시 나누고 싶다. KIA의 어린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5년후, 10년후가 보인다. '이야 부럽다'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우리팀은 좋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KIA에서 주로 2루수로 뛰고 있다. 여러 포지션을 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2루 수비는 어떤지?

"자가 진단을 내려보면, 나는 2루수를 하면 안되는 신체 조건이다. 하지만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다. 그래도 내년에는 좋은 친구들(김선빈,안치홍)이 오니까 그 친구들이 하는게 맞고, 그때는 1루나 외야로 가는게 타격에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2루수는 굉장히 힘든 자리다. 그래도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

-이 페이스로 가면 두자릿수 홈런은 아무렇지 않게 칠 것 같다. (서동욱은 아직 데뷔 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무조건 쳐야한다. 내 하드웨어에 400타석 이상 들어가면 20홈런 이상은 쳐야한다."

-좋던 페이스도 꺾일 때가 반드시 온다. 타격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지.

"이번에 처음 느꼈다. 사실 300타석까지는 나가봤지만 그 이상은 안해봤다. 그래서 슬럼프라는게 없었다. 근데 KIA에 오고나서 공도 잘보이고 감이 계속 좋은데, 경기 체력이 떨어진거다. 뛰어다니는 체력 말고 경기 체력이라는게 따로 있다. 그동안 출장 기회가 적었으니까 그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그게 슬럼프더라. 거기서 조바심을 내면 부상이 오거나 마이너스가 된다. 근데 편하게 생각했다. 왜냐면 감이 좋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공은 잘맞아도 아웃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광주로 이사를 했나.

"원룸을 구했다. 아내도 촬영이 없을 때는 광주에 와있는다. 아직은 두집 살림 중인데 시즌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나는 괜찮은데 아내가 심심해할까봐 마음이 쓰인다."

-다시 한번 팀을 옮겼다. 개인적인 미래는 어떻게 꿈꾸고 있나.

"이제 돈벌어야죠(웃음). 사실 가족이 가장 중요하더라. 와이프가 계속 마음에서 밟힌다. 결혼을 하고나니까 부모님도 4분이 됐다. 잘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잘사는 것은 돈과 관계가 없다. 떵떵거리면서 살고 싶지 않은데, 정말 잘살고 싶다. 아내랑도 잘 지내고 싶다. 그런데 잘살려고보니 야구를 잘해야겠더라."

-잘사는데 돈이 전부는 아니어도 필요 조건 중 하나는 되는 것 같다.

"근데 주위에 돈 많은 사람들을 보면 돈이 많을 수록 신경쓸게 너무 많더라. 고민하는 것도 있고, 불안한 것도 있고 너무 돈에 따라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행복하지 않다."

-서동욱에게 '유틸리티맨'이라는 평가는 어떤 의미인가.

"사실 좋다. 나중에 후회하겠지? 스위치타자, 멀티수비 등 여러 수식어가 있는데 나쁠건 없다. 만족한다. 왜냐면 열심히 했고, 진실되게 연습했다. 내 능력치가 여기까지 밖에 안되는데 그 이상을 욕심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부분에 있어 당당하다."


NYR@xportsnews.com/사진 ⓒ KIA 타이거즈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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