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일반인' 고지용은 젝스키스 멤버들과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는 MBC '무한도전-토.토.가2'의 첫 주자로 그룹 젝스키스의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오프닝 무대에서 MC 유재석은 2000년 해체 후 방송계에서 은퇴한 고지용은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한다고 알렸다. 16년 만의 완전체 젝스키스를 기대하고 상암에 모인 팬들은 당연히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하는 "우리 마음속에 있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무한도전'이다. '컴백' '폼생폼사' '커플'을 부른 젝스키스는 '기억해 줄래'로 마지막 무대를 꾸민다더니 마이크 간격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팬들은 고지용의 등장을 직감하고 감격스러운 함성을 내질렀다.
무대 위로 등장한 고지용은 젝스키스 멤버와 같은 옷이 아닌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비로소 모인 '여섯 개의 수정' 젝스키스는 슬픈 기억이 담긴 '기억해 줄래'를 부르며 하나가 됐다. 팬들 역시 떼창으로 화답했다.
'기억해 줄래'를 열창한 고지용은 "안녕하세요, 젝스키스 고지용입니다"라고 담담하게 인사했지만 이내 감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기도 했다. 팬들은 오랜만에 무대에 선 고지용을 응원하기 위해 '고지용'을 연호했다.
말을 잇지 못하는 고지용을 위해 은지원이 대신 나섰다. "지금은 여러분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힘든 결정 내려줘서 멤버들도 고마워하고 있다. 지용이는 여러 감정이 교차해 말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고지용의 심경을 대변했다.
고지용은 "감정이 벅차올랐다. 반갑고…이렇게 많은 분이 와주시네요"라며 "16년 만인 것 같은데 마지막 무대가 생각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재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방송에 더는 뜻이 없다고 못 박는 듯 "멤버들을 팬의 입장으로(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젝스키스가 돌아온다고 했을 때 가장 주목받은 건 고지용의 합류 여부였다. 젝스키스가 2000년 해체한 뒤 사업가로 변신해 방송에서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해체 이후 16년, '젝스키스 고지용'보다 '일반인 고지용'으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기에 5,000여 군중 앞에 선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든 결정이었을 터다.
'무한도전'에 고지용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연예계 복귀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지만 고지용은 무대 의상이 아닌 정장으로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20분 남짓한 공연을 위해 고지용이 보냈을 불면의 밤은 또 얼마나 길었을까. 팬들은 고민의 무게를 알기에 그의 결정을 묵묵히 응원할 수밖에 없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권혁재 기자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