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조정석이 영화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3일 개봉한 '시간이탈자'는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조정석 분)와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이진욱)가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임수정)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간절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작품.
만면에서 풍기는 밝은 기운과 함께 "'긍에(긍정에너지)'라고 불러주세요"라며 환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조정석은 "늘 그랬듯이 긍정적으로, 만족하면서 재밌게 봤다"고 '시간이탈자'를 본 소감을 전했다.
2014년 10월 1일 크랭크인해 2015년 2월 1일 촬영을 마친 '시간이탈자'는 지난해 조정석의 원톱 주연작으로 주목받았던 '특종: 량첸살인기'보다 먼저 촬영한 작품이었다. 누구보다 바쁘게 지난 한 해를 보내왔던 조정석의 쉼 없는 질주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값진 결과물이다.
조정석은 '시간이탈자'에서 1983년의 남자 지환으로 분했다. 1983년에 자리하며 사건의 중심에 서서 범인을 쫓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지환 캐릭터는 외모는 물론, 그 시대의 감성까지 디테일하게 녹여낸 조정석의 세심함으로 한층 더 실감나게 스크린에 표현됐다.
2012년 그를 단번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건축학개론' 속 강렬함으로 '과거가 잘 어울리는 남자'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조정석. '시간이탈자' 속에서도 1983년도의 남자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그를 향한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정석은 "제가 현대적이지 않은 얼굴인가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과거의 남자와 현재의 남자를 굳이 나눈다면, '과거의 남자가 잘 어울린다'는 얘기보다 '과거도 잘 어울리는 남자로 봐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실제 1980년에 태어난 조정석은 1983년도의 시대를 그려내는 것에 큰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 감성을 좋아한다"는 게 그 이유다. 조정석은 "1980년대, 1990년대는 초등학생이었을 때인데, 어릴 때 기억이 많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그 시대의 감성을 느끼고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그 때의 향수와 냄새,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더라"고 회상했다.
또 그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지환의 감정선을 쭉 가져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어려웠다"고 말문을 연 조정석은 "그렇지만 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해서 잘 따라가다 보니 연결고리도 자연스럽게 생기더라. '시간이탈자' 속 지환이는 행복했다가 불안했다가, 상실감을 느끼고 슬퍼하다 다시 회복되고 이런 상태인데 매 순간과 그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겼다"고 얘기했다.
예전부터 팬이었던 곽재용 감독과 함께 하는 것 역시 '시간이탈자'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조정석은 "'클래식'도 그렇고, 감독님의 영화를 다 좋아해왔다. 감독님의 소년 감성에 놀랐다"고 웃으며 "강하면서도 여린 감성이 있으시더라. 그런 점이 영화에 잘 묻어난 것 같다"고 설명을 이었다.
'감성 추적 스릴러'라는 영화의 장르에 조정석은 "저희 작품은 스릴러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다"며 "보통 스릴러라고 하면 굉장히 드라이(Dry)하고 끔찍한 장면도 연출되는 그런 것을 떠올리시는데, '시간이탈자'는 거기에 말랑말랑한 감성이 감칠맛 나게 가미된, 그런 점이 다른 스릴러와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시대와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리는 '시간이탈자'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조정석도 '영원한 사랑'에 대해 떠올려봤다.
그는 "환생, 이런 것은 믿지 않지만 영원한 사랑, 포에버 러브(Forever Love)는 믿는다.(웃음) 5년 전이라면 아마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았을 거다. 만남과 이별을 겪다보니 사랑에 대한 철학이 조금은 생기지 않나. 그러면 '영원한 사랑을 안 믿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믿고 싶은 것이다. 적어도 그런 판타지는 갖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뮤지컬과 연극에 이어 스크린과 브라운관까지. 다양한 무대를 넘나들며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달려온 조정석.
실제 대사도 애드리브로 느껴질 만큼 어떤 캐릭터, 역할도 맛깔나게 소화해내는 그는 '시간이탈자' 속에서도 극에 숨통을 틔워주는 애드리브를 더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정석만의 원칙이 존재하고 있었다.
조정석은 "애드리브도 있었지만 너무 많이 하면 진지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나리오의 대사에 충실하는 편이다. 재밌게 하려고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영화의 톤 앤 매너가 있지 않나. 이 부분에 있어서 경계선을 얼마나 잘 지켜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 톤 앤 매너를 깨고 이상한 애드리브를 해 버리면 몰입이 확 깨지게 된다. 그 경계를 지키면서 저 자신에게 애드리브를 허용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애드리브를)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 하시면 사용하시는 게 아니겠냐"고 너털웃음을 지은 조정석은 "그렇다고 항상 애드리브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배우도 아닌데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배우로 낙인이 돼 있더라. 예를 들면 '오 나의 귀신님' 때도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 연기를 했어도 보는 분들은 애드리브로 생각하시는 거다. 워낙 많은 분들께 각인된 부분이 커서 그런 것 같은데, 저는 전혀 애드리브를 선호하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나온 시간만큼 매 작품을 대하는 마음에 감사함을 더욱 녹여내고 있는 그다.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소신도 생겼다.
"예전부터 완전히 망했던 작품도, 정말 잘 돼서 앵콜 공연을 했던 작품도 모두 경험했다. 누가 '조정석 연기 정말 잘 한다'고 칭찬한다고 해도 우쭐해 할 필요 없고, '이 작품 왜 했어'라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더라. 새로운 목표라기보다는 계속 이렇게, '내가 선택한 것을 믿고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계속 할 것 같다."
"내가 했던 작품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낸 조정석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말고도 모험을 계속 펼쳐보고 싶다. 그리고 나서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아, 이런 게 조정석이지'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과거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조정석이 차곡차곡 쌓아갈 필모그래피에 기대가 더해진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