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4시간 42분 연장 12회. 이긴팀은 더 없이 짜릿하지만, 진팀은 헛심을 쓴 것 같아 마냥 허망하다.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2016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한화 김성근 감독은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잤다"며 엷게 웃었다. 일흔이 넘은 백전노장 '베테랑' 감독이지만, 그런 김성근 감독도 "과연 1승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긴장이 됐다. 투수 운용을 어떻게 해야하나 많이 고민된다"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최근 꾸준히 김성근 감독의 머릿속에서 고민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무래도 '수비'다. 야수들의 수비 포지션 문제도 그렇고, 투수 운용도 마찬가지다. 특히 개막전 선발 투수를 경기 전날에서야 최종 확정할 정도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층이 워낙 두꺼워서 누구를 내도 비슷하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고 슬쩍 농담을 던지며 웃었지만 분명히 고민이다.
무엇보다 야구는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는게 관건이다. LG와 상대한 개막전에서 한화가 내세운 선발 투수 송은범은 3회까지 그럭저럭 잘 버텼다. 3점을 내줬으나 한화가 이미 4점을 빼앗으며 기선을 제압한 상황까지 고려하면 크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송은범을 3이닝만 기용한 한화 벤치는 일찍부터 불펜을 가동했고 송창식부터 박정진, 권혁, 정우람, 김민우까지 필승계투조를 모두 기용했다.
하지만 수비 실수가 연속해서 나오며 상대에게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로는 제대로 된 공격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초반 집중타가 중후반에는 산발타로 터지면서 번번이 잔루를 남겼다. 연장 12회말 김민우가 LG 양석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지만, 김민우를 탓하기에는 이미 앞선 여러번의 이길 수 있는 찬스를 먼저 날렸다. 결국 투수와 타자까지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다 소진하고 패배했기 때문에 속이 쓰리다. 박정진과 권혁, 정우람은 합계 94개의 공을 나눠 던졌다.
이날 한화와 LG가 기록한 경기 시간 4시간 42분은 KBO리그 역대 개막전 최장 시간 2위에 해당하는 기록(1위 97년 4월 12일 대전 한화-OB전, 5시간21분)이다. 한화는 지난해 개막전에서도 연장 12회말 넥센 서건창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던 씁쓸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야심차게 출발한 2016시즌 출발은 험난하다. 물론 한화표 중독성 있는 야구가 발휘된다면, 충분히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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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