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박용우가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을 통해 관객과 함께 호흡했다.
2월 24일 개봉한 '순정'에서 박용우는 라디오 DJ이자, 23년 전 과거로부터 도착한 편지를 받게 되는 형준으로 등장해 도경수와 2인 1역을 선보였다. 2014년 '봄' 이후 '순정'으로 오랜만에 다시 스크린에 돌아온 박용우는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가슴 속에 추억을 담고 있는 어른의 모습을 뭉클하게 담아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소탈한 모습으로 '순정'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박용우는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저는 못 속이잖아요. 누가 뭐라 하든, '순정'에서 연기를 한 것에 있어서는 제 스스로 상을 주고 싶어요"라며 웃음 지었다.
박용우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이은희 감독이 박용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사실은 '순정'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당시 박용우는 시나리오를 읽고 "잊지 말아야 할 감정 중 하나를 이야기 한 것이 정말 좋았는데, 당시에는 그 마음을 표현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며 처음에 출연을 고사했었다고 전했었다.
박용우는 당시 자신이 표현해야 했던 감정을 파란색에 비유했던 것을 떠올리며 "제가 생각하는 파란색의 이미지는 하늘이에요.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하는, 본질적인 것이거든요. 예를 들면 사랑이 그렇겠죠. 눈에 보이지도 않고 물질화돼있지도 않지만 수천가지로 표현될 수 있는 것. 그런 것들이 제게는 파란색이죠"라고 설명했다.
고민했던 마음을 떨쳐내고 작품에 함께 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모든 것은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이은희 감독의 도움이 컸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 박용우는 "점점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뜻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나이와 성별은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라며 감독에 대한 신뢰를 함께 드러냈다.
2인1역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거쳐 온 박용우에게도 처음이었다. 도경수가 먼저 촬영한 분량을 모니터하며 형준을 연기했다. 관객들의 몰입이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매 순간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던 것은 물론이다.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캐스팅을 잘 하신 것 같아요. 제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역할에 잘 어울릴 수 있는 매칭이요.(웃음) 이게 우연일지, 아니면 정말 노력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도)경수 씨의 얼굴이 닮았다기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 같은 부분에서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 것은 '순정'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또 다른 포인트였다. 특히 칼라 보노프의 'The Water Is Wide'는 실제 박용우가 사춘기 시절 즐겨들었던 노래였다. 박용우는 "좋은 음악들이 많았어요. 그만큼 영화 속 상황과 음악이 감성적으로 잘 이어졌다는 것이겠죠"라며 미소를 보였다.
실제 드럼을 취미로 갖고 있는 박용우는 극 중 김소현이 부르는 '보랏빛 향기'의 드럼 부분을 연주하며 OST에도 힘을 보탰다.
박용우는 '순정'을 보석, 보물 같은 말이라고 칭하며 "순정, 정말 순수한 정이잖아요.(웃음) 친구, 연인, 가족 모두에 해당되는 우정이나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도 생각해요. 거기에 한국의 역사가 담겨있는, 가장 한국적인 색깔이 담겨 있는 말이 아닐까요"라고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렸다.
'순정'과 함께 한 순간들은 박용우 스스로에게도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행여나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자신 앞에 놓인 도전의 기회를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두려운 감정이 들었던 어떤 작품과 역할을 나름대로 잘 소화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배우로서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죠. 정말 끝이 없는 싸움인 것 같아요. 정체되는 순간 아웃 아닐까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넘어졌다가 또 일어나려고 하고,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게 살아가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그 재미를 놓치고 살고 싶지 않아요."
연기를 대하는 박용우의 자세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했다. 알게 되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자신이 갖고 있는 어설픈 모습이 더 티가 날 수 있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어떤 한 분야를 계속 꾸준히 오래 한다는 것은 더 큰 도전이자 또 두려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긴장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죠."
꾸준히 걸어가고 있는 연기의 길 속에서 자기중심을 꼿꼿이 잡아가고 있는 박용우의 모습이 스크린은 물론, 브라운관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나길 기대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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