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배우 유진(김유진·35)은 딸 로희를 낳고 4개월 만에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엄마가 된 그는 작품에서 고두심(임산옥 역)과 '앙숙 모녀'로 등장했다. 유진은 지난해부터 '엄마'라는 울타리 속에서 숨 쉬었다.
"작품이 끝나니 시원섭섭해요. 50부작이다 보니까 촬영 시간이 길었잖아요. '부탁해요, 엄마' 배우들과 7개월 동안 생활해서 재밌고 좋았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건 섭섭해요. 서로 으쌰으쌰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만난 유진은 작품 속에서 임산옥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을 촬영한 뒤였다. "힘들지만, 진애가 겪어야 하는 일이었죠. 우는 모습을 계속 촬영해 힘들었어요. 지금도 눈이 조금 부었죠." 각을 세우던 어머니의 죽음에 그는 모든 감정을 쏟아낸 것이다.
"조금씩 연기 경험이 쌓이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 연기를 보면 배울 점이 많죠. 연륜이 많은 배우와 함께하는 것이 가족극을 할 때의 장점이에요. 연기적인 욕심은 있어야 하지만, 내가 돋보이기 위한 것은 좋지 않아요."
엄마와 티격태격하는 딸 역할은 유진이 복귀작으로 '부탁해요, 엄마'를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 아들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는 임산옥과 그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진 이진애(유진)는 극의 초반부를 이끌어갔다.
"엄마와 딸의 진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임산옥이라는 캐릭터가 저의 실제 엄마와는 다르지만, 있을 법한 인물이죠. 아들을 편애하는 집안도 아직 많다고 들었어요. 엄마에게 홀대받는 진애가 짠했죠."
유진은 작품의 중간부터 임산옥과 이진애의 갈등이 약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가족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모녀의 애증 관계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와의 애증 관계가 쌓이다가 만 것 같아요. 진애가 엄마와 맞붙을 때 살아나는 것 같았죠. 캐릭터가 조금은 덜 보이지 않았느냐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죠. 저는 혼자 일찍부터 활동해서 가족과 떨어져 살았는데, 진애의 식구들이 많았던 건 부러웠어요."
임산옥은 가족 여행을 앞두고 숨을 거뒀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의 빈자리를 채웠다. 죽음 후에도 임산옥은 삼형제와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유진에게도 '부탁해요, 엄마'는 가족애를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엄마가 된 뒤에야 정말 엄마의 사랑이 어떤 것이었는지 느낀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을 전작에서도 여러 번 해봤지만, 이제는 엄마가 되니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듯하죠. '엄마'는 누구나 공감하는 소재예요."
'부탁해요, 엄마'를 끝낸 유진은 당분간 육아에 전념한다. 그는 "일보다는 가족이 먼저"라며 아이의 계획에 맞춰 일할 것이라고 했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활성화 되길 바라면서 그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과 진애를 향한 작별 인사를 남겼다.
"엄마의 희생을 어렸을 때는 잘 몰랐어요. 당연히 옆에 있는 사람인 줄 알았던 거죠. 저희 엄마는 늘 일을 하셔서 지금 생각하면 가슴 아파요. 악착같이 살아왔던 진애에게는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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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