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시드니(호주), 이종서 기자]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30)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각오로 시즌 담금질에 들어갔다.
유희관은 지난달 15일부터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두산 1차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최근 5kg 정도를 감량했다. "보기에도 버거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을 느꼈고, 살을 빼고 나니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다시 잘 잡혀가는 기분이다. 이제는 더 찌지 말자는 생각으로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이어트 효과는 좋았다. 지난 30일 처음으로 불펜 피칭을 실시한 그는 "30개 정도 공을 던졌는데 20개 중반 정도가 스트라이크로 들어갈 정도로 몸상태가 좋았다"라고 웃어보였다.
지난 시즌 후반 부진에 빠지면서 유희관은 급속도로 체중이 늘어났다. "경기가 잘 안풀리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았고, 먹는 것으로 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살이 많이 찌게 됐다" 유희관의 설명이었다. 후반 부진 원인에 대해서는 "사실 몸상태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한 경기 안좋다보니 다음 경기에서 만회하려고 무리하게 됐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의욕까지 앞섰다. 이런 부분이 전체적으로 역효과가 났다. 그러다보니 투구수도 많아졌다. 3~4회 밖에 안됐는데 어느새 투구수가 70개를 넘어가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사실 2015시즌은 유희관에게는 최고의 한 해 였다. 18승 5패 평균자책점 3.94로 국내선수들 중 최다 승수를 거뒀고, 3점대 평균자책점까지 유지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부진을 이유로 일부에서는 유희관에게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부진한 시즌'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유희관 역시 이 이야기에 속상해했다. 그는 "사실 나는 지난 시즌이 부진했다고 보지 않는다. 18승을 거뒀는데 아마 은퇴 전까지 거두기 힘든 승수 인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에 좋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부진했다고 말이 나오는데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많은 투수들은 유희관이 가지고 있는 '느림의 미학'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선발 전향을 선언한 LG 봉중근은 자신보다 어린 유희관을 롤모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희관 역시 "봉증근 선배나 다른 선수들이 간혹 내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높게 평가해주셔서 뿌듯하다. 한편으로는 강속구 투수들이 각광받는 시대에서 새롭게 살아남는 법을 제시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다"고 고마워했다.
그렇다면 유희관의 롤모델은 누굴까. 유희관은 롤모델에 대해서 바로 "이상훈 코치님"이라고 대답을 했다. "예전에 마운드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면서 마운드에서 올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마운드에서 항상 당당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멋있었다"는 것이 유희관의 설명이다. 그는 "팀 코치님으로 계실 때 '롤모델이다.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코치님께서 '이미 잘하고 있다'라는 말만 하셨다"라는 일화를 떠올리기도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30km/h 대에 머물다 보니 항상 유희관의 시즌 성적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유희관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향한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바꿔나갔다. 올 시즌에 대해서도 유희관은 "항상 그렇지만 올시즌 역시 설렘 반 걱정 반이다.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나도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신경쓰지 않겠다. 올 시즌에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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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