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엑스포츠뉴스=박현정 변호사] 지난 14일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판결이 선고됐다.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고문이 이혼하고 자녀의 양육권자 및 친권자로 이부진 사장이 지정되는 것으로 판결이 났다. 이부진 사장의 완승으로 평가된다.
임우재 고문은 1심 내내 혼인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특별한 유책사유가 밝혀지지 아니하였기에 임우재 고문의 소송대리인들도 판결결과를 쉽사리 예측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1. 법원이 인정한 이혼사유는 무엇일까?
아직 법원에서 인정한 이혼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주 내밀한 개인 사생활 영역에서 벌어지는 신분관계 소송 특성상 법원에서도 보도자료 조차 배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하 내용은 보도와 밝혀진 사정을 감안한 합리적, 법률적 추론에 바탕한 것이다.
우선 재판상 이혼을 위해서는 민법 상 이혼청구 사유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그 사유는 ‘부정행위’, ‘상대방 배우자를 유기’,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 외에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혼청구가 가능하다. 법원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①현재 알려진 바로는 임우재 고문에게 ‘부정행위’, ‘상대방 배우자를 유기’와 같은 이혼 사유는 없는 것 같다.
②‘심히 부당한 대우’는 있었을까?
‘심히 부당한 대우’는 두 종류다. 하나는 임우재 고문이 이부진 사장 또는 그 직계존속인 이건희 회장, 홍라희 관장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했던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부진 사장이 시부모님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이다.
‘심히 부당한 대우’의 정도는 혼인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당한 대우가 심각해야 하는데, 그에 해당하는지는 시대와 법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인권과 권리의식이 강해지고, 인권적 감수성이 증가하면서 ‘심히 부당한 대우’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부진 사장이 재판과정에서 임우재 고문이 회사 일 등을 이유로 두 달에 한 번 집에 들를 정도로 가정생활에 소홀했고, 잦은 음주와 술버릇으로 고통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우재 고문이 잦은 음주와 심각한 술버릇으로 이부진 사장에게 폭행, 폭언, 물건 파손 등의 행위를 가했고 그 빈도나 정도가 심하면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것이다. 이 부부의 주거지는 이태원 고급 주택가에 위치해 있고, 많은 경비원과 가사도우미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부부 사이의 다툼 또는 폭행, 폭언, 물건 파손 등의 행위가 있었다면, 아무리 내밀한 부부생활이라고 하더라도 가사사용인들에 의해 일부라도 목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혼소송 중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목격했다는 등의 증거가 제출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심히 부당한 대우’라는 사유로 이혼판결이 선고 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③법원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 판단했을까?
대법원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라고 한다.
또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부부관계의 실체가 없어지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라면 혼인의 본질인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파탄 났다고 한다. 그런데, 알려진 바로는 이 부부는 8년간 별거 중이다. 혼인관계가 파탄 났다는 점을 강력히 방증하는 사정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별거 자체가 바로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장기간의 별거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났으며, 양당사자가 별거 이후에도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부부공동생활의 기초가 깨졌다는 사정이 있다면 이로 인해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임우재 고문은 선행된 조정절차에서 2차례 조정을 모두 거부했고, 이혼 소송 중에도 “가정을 지키고 싶다”며 혼인지속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강한 혼인계속 의사가 있고,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혼에 부정적인 사정이 된다. 하지만, 2014년 10월 이부진 사장이 가사조정을 신청하기 직전에 이 부부가 재산분할 및 양육권 등에 대해 이미 상당 부분 합의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합의, 즉 재산분할과 양육권 등에 대한 합의는 그 전제로 이혼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 때 이혼에 대한 합의도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이혼에 합의를 한 바 있더라도 이혼 의사는 번복될 수 있고, 이혼 소송 전에 이혼 합의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법원은 이 합의에 비춰 임우재 고문이 그 후에 재판 과정에서 밝힌 혼인지속 의사를 진의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임우재 고문은 재판 과정에서 이 합의가 자신의 진의가 아니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려 했겠지만, 본인의 인적사항과 서명 또는 날인이 되어 있고 그 내용이 자신의 가정사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에 커다란 변곡점이 되는 내용이 담긴 서류에 기재된 합의가 진의가 아니라고 해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결국 실패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오히려 8년간의 별거에 더해 이혼 등에 관한 사전 합의를 들어 혼인관계 지속 의사가 없고,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나 있어 회복되기 어렵다고 봤을 것이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들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렇다고, 법원이 모든 경우 이혼 사유가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 났지만, 그 파탄의 책임 있는 당사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2. 만약 남자판 신데렐라가 쫓겨났다면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질까?
장기간 별거와 사전 이혼합의 사실이 있어 혼인관계가 파탄나지 않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 난 경우에도 파탄 원인이 이혼청구인에게 전적으로 또는 주된 책임이 있거나 이혼청구 상대방 보다 더 무겁다면 ‘유책배우자’로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이혼청구가 배척된다고 한다.
여기에 세간에서는 임우재 고문을 ‘남자판 신데렐라’가 재벌 삼성가에서 쫓겨났다는 시각이 있다. 임우재 고문의 변호사들은 유책배우자 법리에 집중했을 것이다. 변호인들은 세간의 이런 시각을 구체화해 임우재 고문이 삼성가로부터 축출이혼을 당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임우재 고문의 변호사들은 삼성가와 이부진 사장이 임우재 고문을 쫓아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깊이 고민해 볼 문제다. 혼인은 남과 여 두 사람의 1:1 동등한 관계다. 하지만, 재벌가의 혼인의 경우, 특히 평범한 집 출신과 재벌가의 혼인의 경우는 평범한 집 출신이 홀로 재벌가로 들어가는 형태로서 우리 민법이 예정한 동등한 혼인관계와 큰 차이가 있다. 이런 특수한 사정도 이혼 소송에서 감안해야 한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이 사건에서 부부의 성을 바꿔서 비교해 보자. 아래 사안은 가정일 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가의 차남에게 평범한 집 여성이 시집을 가 재벌가에서 준 집에서 가정을 꾸리고, 준 돈으로 가정 경제생활을 하며, 재벌가에서 경영하는 회사에서 임원으로 근무를 하는 경우라고 가정해 보자.
이 여성은 이질적인 가문에 시집을 가서 새로운 가풍, 문화, 경제력, 교양수준에 적응해야 하고, 이 가문에서 경영하는 회사에서 적응하고 능력을 보여줘야 했다. 이 여성은 열심히 하였으나 적응을 잘 못하고 능력을 못 보여줘 힘들어 하고 가문과 회사에 겉돌았다. 그 결과 부부 관계에 갈등이 생겼고, 급기야 장기간 별거까지 하게 됐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재벌가 차남은 적응하지 못하고 능력을 못 보여준 자기 부인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가문 구성원들에게 요청하여 가문과 직장에서 모멸감을 받지 않도록 조치를 할 부부간 배려의무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고, 가문과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배척받는다고 하여, 그에 편승해서 부부간 갈등을 확대한다면 그 재벌가 차남을 잘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갈등 과정에서 부인에게 같이 살던 집에서 퇴거를 요구한다거나 가문 구성원, 가사사용인 또는 회사조직을 이용하여 이혼 의사를 타진 또는 종용하였다면 ‘신데렐라 쫓아내기’라고 못 볼 것도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성별을 바꿔 평범한 집 출신이 남자라고 하더라도 부부간 배려의무 위반이 아닌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항소심에서는 축출이혼을 당했다는 임우재 고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 지켜볼 일이다.
3. 임우재 고문의 2심 소송 전략은 어떻게 펼쳐질까?
임우재 고문측에서 대응전략은 두 가지로 예측된다. 실질적으로는 한가지다.
첫 번째 방안은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정황들을 수집하여 1심판결에서의 이혼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별거에 이른 이후 사는 집은 달라도 공동의 혼인생활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정황들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별거와 사전이혼 합의로 인해 임우재 고문이 사실상 이 부분을 뒤집기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두 번째 방안과 모순적이라서 첫 번째 방안은 주장을 접고, 두 번째 방안에 집중하는 게 낫다.
두 번째 방안은 이부진 사장의 이혼청구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별거에 이른 경위가 사실상 이부진 사장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사유에 의한 것이어서 이부진 사장의 이혼청구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서 부당하다는 사실과 별거 이전에도 성실한 혼인생활을 위하여 노력을 하였던 구체적 사실 등이 입증이 되어야 하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거에 이르게 되었으며, 별거 이후에도 이부진 사장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타의로 별거가 장기화 되었다는 사실, 별거에도 불구하고 이부진 사장과의 혼인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의 주장과 입증 과정은 아주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이혼소송 특성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결혼생활의 주변 인물들은 삼성가와 그 사용인들이고, 관련 영상기록, 출입기록 등은 삼성가가 관리를 하고 있어 협조를 얻기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다. 부부 내밀의 영역이라는 이혼소송 특성상 법원은 증명을 엄격하게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변론의 전체 취지, 즉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고, 상세하며, 모순되지 않는가를 보고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억을 최대한 떠올려 마음 속 숨겨뒀던 부끄러운 이야기에서부터 작은 서운한 감정의 문제까지 들춰내야 한다. 아주 큰 이벤트를 찾아내려하기 보다 가랑비에 옷 젖듯 부적응자와 이방인으로 만들었던 작은 사건들을 찾아내고 이 사건들을 일반인의 평균적 감성과 심리에 맞게 연결해 내야할 것이다. 그리고, 재벌가와 일반인 결혼 생활이라는 독특한 관계를 상세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 그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한 재판부를 이해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재판부가 그 구조 속의 인간이 느꼈던 감정에 이입되도록 해야 한다.
두 방안 모두 성공 확률은 떨어진다. 하지만 후자가 확률이 높다. 임우재 고문의 전략을 지켜볼 일이다.
4. 소송에서 재산분할청구를 다투게 될까?
이번 이혼소송에서 귀추를 모았던 재산분할은 빠져있다. 임우재 고문이 반대 소송으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1심에서 변론 전략을 혼인관계가 파탄나지 않았고, 혼인관계 유지의사가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서, 그와 배치되어 보이는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은 것 같다.
1심에서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졌으니, 2심에서 재산분할을 청구를 할까?
통상 이혼 소송에서 1심에서는 재산분할여부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다가 2심소송에서 재산분할을 다투는 경우가 많다. 재산분할청구의 경우 이혼 소송과 결합하여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기 전까지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혼 소송 판결이 확정된 이후 별도의 소로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2심에서 꼭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이혼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다가 2심에서 돌변해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못하기도 하다. 2심에서도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를 밝히고 이혼소송 최종 결과에 따라 별도의 소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5. 미성년 자녀의 공동친권자로 지정될 수 없을까?
법원은 1심에서 이부진 사장에게 친권을 인정했다.
양육자 지정은 미성년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는데 양육을 주로 누가 하여왔는지, 정서적 유대관계의 형성이 누구와 되어 있는지,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 양육환경은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미성년 자녀의 성별, 나이, 미성년 자녀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미성년자녀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친권을 누가 행사하게 될 것인지는 양육권자 지정과 별개로 정할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양육하게 되는 양육권자와 친권자가 달리 정해져 양육권자와 친권자의 의사가 상반되는 경우 미성년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복지에 반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미성년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양육권자와 친권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이혼 재판 실무상 대부분이다.
이부진 사장이 그간 미성년자녀의 양육을 담당해왔던 사실이 있고 이를 토대로 유대 관계 및 양육방식이 설정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임우재 고문이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공동친권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교육, 여가생활 등 기본적인 양육방식과 친권 행사에 대하여 이부진 사장과의 합의가 일부라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 설정된 양육자와의 심리적 유대는 변경될 가능성이 낮고, 변경되는 것이 미성년자녀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이부진 사장이 단독으로 친권자와 양육권자로 지정된 결정이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