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1990년대 후반, 한국은 스타크래프트 열기에 휩싸였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PC방을 주름잡던 게임이 또 있다. 바로 넥슨의 카트라이더.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었지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다가 조작 방식도 간단해 PC방을 찾은 많은 게이머들이 카트라이더를 즐겼다. 그리고 카트라이더는 곧 꾸준한 인기를 얻는 e스포츠 종목이 됐다.
카트라이더로 시작된 넥슨의 e스포츠는 피파 온라인3, 서든어택,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던전 앤 파이터, 사이퍼즈 등 다양한 종목으로 늘었다. 또한, 넥슨 아레나 개관 이후로 넥슨 e스포츠는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공유와 개방, 그리고 나눔'을 기치로 건 넥슨 e스포츠. 과연 넥슨 e스포츠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넥슨 e스포츠 팀의 황영민 팀장을 만나 넥슨 e스포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기업인 넥슨이 e스포츠를 시작한 계기는.
넥슨 e스포츠는 넥슨의 사업 시작부터 e스포츠 활성화에 발맞춰 진행됐다. 카트라이더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임의 e스포츠 종목화에 발맞춰 왔고, 2013년 12월 넥슨 아레나 오픈에 맞춰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 넥슨 아레나라는 장소의 개관으로 넥슨 e스포츠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고, 넥슨도 좀 더 체계적으로 e스포츠 리그를 진행했다. 나 역시 넥슨 아레나를 지으며 넥슨과 함께하게 됐다.
방송사가 아닌 게임 종목사가 직접 e스포츠 경기장을 오픈하는 것은 특이한 일인데.
넥슨은 다른 종목사보다 게임 종목이 많다. 여러 게임에서 e스포츠를 유저와의 소통 채널로 활용하고, 우리도 게임의 재미를 더 알리기 위해 e스포츠 계획을 진행했다. 많은 방송 파트너사들이 우리를 도와줬지만, 유저들이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할 시기가 됐음을 느꼈다.
당시 방송사 숫자가 적었고, e스포츠 저변도 지금만큼 넓지 않았다. 그 시기에 스포티비 게임즈라는 파트너사를 만나 세계 최초로 게임사가 직접 운영하는 넥슨 아레나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넥슨이 스포티비와 파트너쉽을 맺어 만든 공간에 넥슨 유저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프라임 타임에 넥슨 종목을 편성해 유저들의 시청 폭을 넓혀 유저들에게 재미있고 즐겁게 다가가 보자는 생각이었다.
넥슨 아레나의 위치는 그야말로 강남 한복판이라고 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그만큼 투자가 많이 필요했을 텐데, 현재 넥슨 아레나의 장소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는 넥슨 아레나를 찾는 관객들이 편하게 방문해 함께 리그를 즐기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넥슨 아레나의 현재 장소는 최고의 장소였다. 즐겁게 놀려면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이동 거리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넥슨이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는 이유는 넥슨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이고, 이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고 강남 한복판에 넥슨 아레나를 짓게 됐다. 눈앞의 수익만 생각한다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을 거다.
큰마음을 먹고 넥슨이 '지른' 결과가 넥슨 아레나인데, 넥슨 아레나 개관 전후로 바뀐 점이 있나?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넥슨 아레나가 개관하며 넥슨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e스포츠에 다가서기 더 편해졌고, 넥슨 e스포츠 종목을 즐기는 유저가 더 많아졌다는 게 가장 기분 좋은 변화다.
넥슨 역시 넥슨 아레나 개관으로 달라진 부분이 있다. 여태까지 우리는 대회 포맷만 고민했는데, 대회 콘텐츠에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방송 시간이나 형식 등 예전보다 유저들의 즐거움을 위해 더욱 섬세하게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게 된 거다. 다만, 아직 부족하지만 넥슨 아레나 개관 이후 유저들이 원하는 부분을 찾아 즐겁게 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는 부분은 개관 전이나 개관 후나 똑같은 부분이다.
넥슨 아레나 개관으로 넥슨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e스포츠에 다가서기 더 편해졌고, 넥슨 e스포츠 종목이 더 체계화됐다는 점이 변했다.
그리고 처음 e스포츠를 준비할 때는 대회 포맷에 대해서만 연구했다. 하지만 리그를 지켜보는 유저의 만족을 위해서는 대회포맷 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과연 유저가 무엇을 보고 즐거워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졌고 이러한 우리의 고민을 유저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넥슨이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점은 넥슨 아레나 개관 전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스포티비 게임즈와 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아주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일로 알고 있다. 스포티비는 당시 신도림 인텔 e스타디움에서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넥슨은 당시 피파 온라인3을 런칭하며 e스포츠화를 준비하던 시기였다. 스포티비의 장소에 대한 필요와 우리의 방송에 대한 필요가 맞물려 파트너쉽이 맺어졌고, 그렇게 해서 생긴 곳이 넥슨 아레나다.
이름은 넥슨 아레나인데, 넥슨에서 개발한 게임이 아닌 타사 게임의 리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넥슨 입장에서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실무진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아니었다. 당시 경영진들이 넥슨 아레나의 운영 철학을 '공유와 개방'으로 정했고, 실무진들은 그 철학에 따라 움직였다. 넥슨 아레나가 꼭 넥슨만의 장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당시 분위기였다. 회사의 비전에 따라 넥슨 e스포츠 종목이 아닌 스타크래프트나 리그 오브 레전드, 기타 대학생 행사가 넥슨 아레나에서 열렸고, 과거 넥슨 e스포츠를 알지 못하던 팬들이 다른 종목사의 게임을 보러 넥슨 아레나에 왔다가 넥슨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름은 넥슨 아레나지만 많은 e스포츠 팬들이 넥슨 아레나에 와서 리그를 재미있게 즐기는 공간이다. 넥슨 e스포츠의 가치와 이념인 공유와 개방을 담아낸 곳이 바로 넥슨 아레나다.
공유와 개방 외에도 작년 넥슨 아레나에 나눔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생겼다. 운영 수익을 아동을 위한 재단에 기부했는데, 이렇게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
기부는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제안한 거고, 스포티비 게임즈의 이야기를 들은 넥슨은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 이외에도 네오플에서는 '우물의 기부'라는 제3세계 국가에 우물을 파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넥슨 아레나 유료 좌석에서 생기는 수익을 기부하는 것으로 넥슨 e스포츠를 보는 유저들에게 또 다른 나눔의 재미를 실현하는 것이다. 입장료를 단순히 운영사에 내는 것과 자신이 e스포츠를 즐기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건 다른 일이다. 이는 넥슨 아레나의 철학인 공유와 개방과도 어울리는 일이었고,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좋은 제안을 해서 큰돈은 아니지만 뜻깊게 쓰려고 했다.
작년 넥슨 e스포츠 리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아직까지 넥슨 e스포츠는 괴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콘텐츠를 많은 유저가 보게 하는 것이 작년 목표였고, 이를 위해 홈페이지나 각 플랫폼에 e스포츠 콘텐츠를 노출했다. 다행히 넥슨의 모든 종목을 보는 시청자가 늘었다. 특히 피파 온라인3은 동시 시청자 10만명이라는 유의미한 수치가 나왔다. 카트라이더나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경우에도 전년 대비 시청자가 약 3~4배 늘었다. 그만큼 e스포츠 콘텐츠를 함께 하는 유저들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좋게 봐주신 유저들에게 감사하고, 이걸 어떻게 발전시키는지가 앞으로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동시 시청자 10만명이라는 수치는 넥슨 e스포츠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 아닌가?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송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다행히 스포티비 게임즈라는 훌륭한 파트너가 있고, 이제 스포티비 게임즈의 콘텐츠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곳은 없다. 그만큼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줬고, 우리는 유저들이 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협업이 잘 진행된 결과라 생각한다. 실시간 시청 이벤트부터 댓글 이벤트, 실시간 검색어 이벤트 등 이벤트를 진행하며 시청자들이 '넥슨 e스포츠 리그를 보면 재미도 있고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받고, 방송을 보는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넥슨 e스포츠를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성승헌 캐스터다.
개인적으로 전 직장에서부터 알던 분이다. 워낙에 진행을 잘하셔서 e스포츠 캐스터 중 전설적인 인물이라 생각한다. 성승헌 캐스터는 넥슨의 게임에 대하 정말 잘 알고,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사전 회의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방송이 끝난 후 피드백도 놓치지 않는다. 넥슨 e스포츠가 진행되며 계속 함께하고 싶은 캐스터다.
2016년 넥슨 e스포츠의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e스포츠 종목 수를 늘릴 계획도 있는가.
올해 넥슨 e스포츠 팀의 목표는 시청자들이 우리 방송을 하루 중 1시간 시청하게 하는 거다. 그리고 점점 이 시간을 늘려나가고 싶다. 점점 시청자가 늘어남에 따라 취향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 잘 파악해 콘텐츠를 만들어 재미를 선사하고 싶고, 이 방송을 보고 시청자들이 다시 게임을 즐겼으면 좋겠다. 어릴 때 본 농구 만화를 보고 농구를 하게 되는 것 처럼 2016년 넥슨 e스포츠를 보는 시청자들이 다시 게임을 하고 싶어지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스포티비 게임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방송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넥슨 e스포츠 종목이 늘었으면 좋겠다. 종목이 늘기 위해서는 프로모션이 아닌 유저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올해도 넥슨은 여러 타이틀로 게이머를 찾아갈 예정이다. 어떤 게임이든 즐기는 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시면 더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올해 계획은 기본에 진행하던 다섯 개 종목을 업그레이드해서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넥슨 e스포츠 종목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카트 이더가 최근 다시 인기를 끌며 시청자가 늘고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우리 게임이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재미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이 넘친다. 카트라이더는 하는 재미도 있지만 보는 재미도 충분한 게임이다. 그래도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개인전 위주에서 하나의 팀으로 엮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리그 방식을 바꿨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현장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다. 카트라이더는 오래된 게임이라 게임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그 점을 이용해 개인 실력과 팀웍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넥슨 아레나에서 세 번 정도 카트라이더 리그를 진행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현장 열기가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작년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된 엔조이 페스티벌, 혹은 네코제 같은 유저 참여 행사와 e스포츠 종목 대회를 한 곳에서 여는 대형 행사를 개최할 계획은 없는지.
이미 몇년 전부터 논의되고, 이야기를 주시는 분들도 많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넥슨 게임을 즐기고 리그를 시청하고, 창작물을 만들고 이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한곳에서 모일 수 있는 행사가 실현된다면 정말 멋질 거 같다.
올여름부터 넥슨 아레나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도 진행될 예정이다. 그나마 기존에 진행되던 스타크래프트2는 넥슨에서 겹치는 장르가 없었지만, AOS 장르의 경우에는 조금 다를 거 같다.
넥슨의 입장에서 넥슨 아레나의 철학인 공유와 개방에 따라 어떤 게임이 들어오던 열려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진행하며 스포티비 게임즈의 역량이 발전하고, 그만큼 그 경험을 넥슨 e스포츠에도 접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여태까지 넥슨 아레나를 모르던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이 넥슨 아레나를 방문해 이 공간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우리는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어떤 종목을 통해서든 넥슨 아레나를 찾아 더 많이 즐기고, 넥슨 아레나의 공유와 개방이라는 철학을 느껴주신다면 넥슨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일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넥슨 e스포츠를 즐기는 팬들과 모든 e스포츠 팬들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부탁한다.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언제나 이 방향에 맞춰 나아갈 거고, 넥슨 아레나와 넥슨 e스포츠, 그리고 넥슨 게임 서비스는 언제나 유저를 향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꼭 넥슨 e스포츠를 즐기는 분이 아니더라도 편하게 넥슨 아레나에 오셔서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더 좋은 리그와 넥슨 아레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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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