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권혁에게 큰 변화가 있었던 시즌이었다."
지난해 FA를 통해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권혁이지만, 팀의 상징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즌 초부터 경기 중후반을 가리지 않고 점수차가 크든 적든 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다. 박정진-윤규진과 함께 필승조를 이루며 한화 필승조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자신의 한계도 뛰어넘었다. 2015시즌 큰 부상 없이 꾸준히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고, 총 78경기 9승 13패 17세이브 6홀드로 프로 통산 최다 경기수, 최다승, 심지어는 최다패 기록까지 모두 갈아치웠다. 특히 소화 이닝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시즌은 112이닝을 기록하며 난생 처음으로 세자릿수를 돌파했다. 최근 3년간의 소화이닝을 모두 더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화에서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온 셈이다. 권혁은 "지난 해 많은 공을 던졌다. 성적이나 모든 걸 떠나서 많은 관심도 받고 상도 받아 기분이 좋았다"며 2015시즌을 "선수로서는 최고의 한 해"로 꼽았다. 김성근 감독 역시 "권혁은 작년에 큰 변화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덕분에 팀에 큰 활력소가 됐다"며 이런 그를 높게 평가했다.
길었던 오프시즌, 한화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권혁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그는 "5위 싸움에서 아쉽게 졌는데, '올해가 이렇게 끝나나'하는 허무함이 있었다. 삼성 있을 때는 늘 가을야구를 했기 때문에 한달 일찍 끝난 게 엄청 길게 느껴졌다"며 "그동안 안 좋았던 부분을 치료하면서 지냈다. 1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캐치볼 시작했다"고 그간 근황을 전했다.
흔히 FA 2년차에는 고비가 찾아온다고들 한다. 이른바 '2년차 징크스'다. 한 번 올라선 궤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김성근 감독은 권혁의 '슬라이더'에 기대를 걸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권혁의 슬라이더는 던질 수 있는 공이지 무기는 아니었다. 이제는 확실히 구종 하나를 추가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번 스프링캠프 목표를 예고했다.
사실 권혁은 다양한 구종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빠른 직구, 거기에 가끔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는 수준이다. 직구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패턴을 가졌던 만큼, 직구가 읽히면 장타로 이어지며 무너지곤 했다. 시즌 말 권혁의 위력이 떨어졌던 이유다. 하지만 확실한 구종 하나가 추가 된다면 상대하는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투피치 투수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 김성근 감독이 내세운 권혁의 부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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