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이제는 스스로는 물론, 자신의 연기를 지킬 수 있는 여유도 함께 얻었다. 배우 김하늘이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대중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김하늘은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을 통해 관객과 마주하고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 분)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이 만나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사랑을 그린 감성멜로.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김하늘은 섬세한 감정 연기는 물론, 작품에서 처음 만난 정우성과의 완벽한 호흡으로 '멜로퀸'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나를 잊지 말아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김하늘은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존에 봤던 시나리오와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어서, 그게 정말 매력 있고 새로웠다"고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렇게 시작한 '나를 잊지 말아요' 속 진영의 삶. 파트너 정우성이 "이 영화는 김하늘 씨의 영화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계속해서 강조했을 만큼, 진영이 펼쳐가는 이야기의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처음에는 정우성의 이런 말이 부담스러웠다는 그도 "이제는 맞는 것 같다"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김하늘은 쉽지 않았던 촬영의 여정을 회상하며 "기존 멜로와는 많이 다르게 미스터리한 부분도 있었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너무나 생각할 게 많은 거다. 밝은 면 속에 어두움이 있고, 또 감정 폭이 너무 커서 그걸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어려웠었다"고 얘기했다.
수차례 등장하는 진영의 눈물 역시 그 의미가 모두 달랐다. 김하늘은 "눈물 흘리는 신이 그렇게 부담될 수가 없더라. 감정신은 특히 그 현장 분위기나 컨디션에 많이 좌우되는데, 찍는 장면들마다 느낌이 정말 달랐고 울다가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가슴이 많이 아팠던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만큼은 누구보다 활발하게 작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열려져 있는 시나리오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이윤정 감독의 존재뿐만이 아닌, 영화의 제작자로 나선 정우성의 존재감도 한 몫을 했다. 어려운 부분은 감독과 함께 얘기하며 조율을 해나갔다. 또 자신을 다독이면서 위로해주고, 같이 감정을 잡아준 정우성의 도움도 함께 받으며 하나하나 자신의 앞에 놓인 역할들을 완성해나갔다.
김하늘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 시나리오였다. 감독님, 제작자 모두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니까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맞춰나갔다. 그래서 좋은 방향으로 잘 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작업에 만족을 표했다.
그렇게 카메라 안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그다. 김하늘은 "실제의 저는 어릴 때부터 먼저 다가가는 것도 못하고, 자신감이 없던 사람이었다. 이성뿐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그 성향이 쌓이다 보니 연기 생활을 하면서도 그게 이어지더라. 여전히 먼저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하늘은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너무나 자유로워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 김하늘이 누군가와 소통하고 사랑에 빠지고 얘기하고 싸우고, 이런 것들은 너무나 조심스럽고 어려운데 카메라 안으로, 그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평소에도 나타날 수 있다면 좀 더 멋지지 않을까"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1996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꽤 오랜 시간을 연기, 또 배우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고 있는 김하늘. 그는 "어릴 때는 연기가 너무 어렵고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자기중심을 잡기도 어려워서 힘겨워 했었다. 감독님께 혼나면 속도 상하고,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니까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더라. 그때는 그게 연기자로서 저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이 성숙해지고, 나이가 들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지 않나. 이제는 꼭 그렇게 하지 않고 열려 있어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또 "이런 생각이 연기를 할 때나 사람을 대할 때의 인간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어서, 그렇게 일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어느 순간 바뀌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금씩 단단하게 자리잡혀가는 마음과 함께, 굳이 공백기를 갖고 싶지 않을 만큼 늘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도 김하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오는 3월 결혼 후에도 그는 변함없는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요즘에 남자배우들이 함께 뭉친 영화들이 정말 재미있고, 또 부러운 것 같다. 여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작품에 참여하면 또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소망을 밝혔다.
활발한 작품 활동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을 앞두며 인간으로서, 또 배우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준비를 마친 김하늘은 "올해는 시작부터 좋은 것 같다. 저의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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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