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최후의 1구를 던지던 이들이 최초의 1구를 던지기 시작한다.
2015시즌 각 팀의 마무리 자리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2016시즌 선발 한 자리씩을 꿰찼다. 공을 던진다는 기본적인 틀을 제외하고는 모든 걸 다 바꿔야 하는 큰 도전이다. 보직이 다른 만큼 요구되는 능력, 길러야할 태도, 준비하는 마음가짐까지 모두 달라졌다.
LG 트윈스 봉중근(36)은 일찌감치 선발 전환에 돌입했다. 사실 봉중근에게 더 익숙한 자리는 선발이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한 2012년, 제구 불안을 겪고 있던 외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를 대신해 마무리 자리에 투입된 것을 계기로 약 4년간 LG의 뒷문을 책임졌다. 그러던 지난 8월 봉중근은 1군 엔트리에서 갑작스레 말소됐다.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기 위해서였다.
1570일만에 선발 마운드로 복귀한 봉중근은 kt 타선을 상대로 4이닝 1실점 4탈삼진으로 호투했다. 반면 두 번째 등판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남긴 채, 결국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시즌을 접었다. 하지만 가능성을 본 만큼 선수 본인이 남다른 의지를 가지고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마무리캠프에도 자진해서 참여해 후배들과 함께 모든 일정을 똑같이 소화했을 정도다.
KIA 타이거즈 윤석민(30)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국내 무대로 복귀하는 쪽을 택한 윤석민은 KIA 마운드의 사정상 마무리를 맡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51경기에 출전해 51경기 2승6패 30세이브를 거둬들이며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다. 때문에 그의 보직을 두고 마무리로 남을 것인지 선발로 돌아갈 것인지도 미지수로 남는 듯 했다.
하지만 고민은 끝났다. 윤석민이 있어야할 자리는 선발이었다. 2007년부터 6년간 선발로 뛰었고 2011년에는 17승(5패)에 평균자책점 2.45, 탈삼진 178개로 다승왕·방어율왕·탈삼진왕까지 차지했던 저력이 있는 투수다. 시즌을 마친 뒤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지난 12월 오키나와에 개인 캠프를 차리면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넥센 히어로즈 조상우(21)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동안 마무리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던 손승락이 FA로 팀을 떠났고, 한현희까지 팔꿈치 수술로 사실상 내년시즌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기존 필승조가 무너진 상황. 그럼에도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를 전진배치 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올시즌 중간과 마무리로 나서며 70경기 8승5패 5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3.09으로 호투했던 것까지 고려해보면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처음 밟아보는 선발 마운드이지만 처음 생각해본 일은 아니었다. 조상우 역시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선발 투수로 활약하는게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왔지만 최대한 몸을 잘 만들고 있다"라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체력 저하를 막기 위해 체중 감량에 나섰고, 기초 체력 훈련으로 스프링캠프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다.
'아랫돌 빼서 웃돌 괴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선수 자신 뿐 아니라 팀 전체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한 성공적인 보직 전환은 물론, 비어있는 마무리 자리를 매끄럽게 채워내기 위한 작업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의 한 수'와 '신의 악수' 사이를 넘나드는 2016년의 새로운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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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