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예지는 어릴 적부터 춤을 좋아했다. 동아리나 무용단을 알아보다 클론 강원래가 차린 클론 무용단에 들어간 나이가 14세. 사시나무처럼 떨며 첫 무대 올랐지만, 이게 내 길이란 걸 금세 알았다. 그렇게 백댄서로 활약하다 문득 '나만의 무대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를 배웠고, 이내 연습생이 된 나이가 16세, 그룹 피에스타로 데뷔한 나이가 19세였다.
꿈도 빠르게 찾았고 나름 엘리트 코스 밟아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데뷔라는 꿈 이뤘지만, 알고보니 데뷔는 '또 다른 시작'이었다. 뜨기 위한 몸부림, 곧 찾아오는 막막함과 막연함의 기간이 3년이었다. 막연함이 덤덤해질 무렵, 예지에게 Mnet '언프리티 랩스타2'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녀는 '미친 개'처럼 그 기회를 물었다.
"이예지 안에 있는 날 서있는 모습을 보여준 곡이 '미친 개'였어요. 저도 사람이다보니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생겨요. 그 때 쓴 노래가 '미친 개'였습니다. 의미 없이 허공에 주먹질 한 노래는 아니에요. 분명 제 노래 들으면 찔리는 분들 계셨을 겁니다. 날 서있는 제 모습을 다시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그 노래를 한 것에는 후회 없어요. '언프리티2'를 하며 100%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는 안 했으니까요.
처음 출연할 때 들었던 생각은 '후회없이 하자. 쪽팔리지 않게' 였어요. 뭐, 현실적으로는 잘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하하. 아무튼 제 가수 인생에 후회없는 프로그램은 하나 하고 싶었는데 그게 '언프리티2'였어요.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어요. 머리가 아니라 입이 랩을 외워버리게. 과장 보태면 랩 하나를 만 번 씩 연습했던 것 같아요. 잠 포기하고, 헤어 메이크업 하면서도 계속 중얼중얼. 그렇게 하면 설령 실수하더라도 후회 안 남아요. 기량 부족이라 인정할 수 있거든요. 정말 죽어라 했죠."
'언프리티2'에는 원더걸스 유빈, 씨스타 효린, 피에스타 예지 등 아이돌 래퍼가 많았다. '아이돌'이라는 단어는 마법의 수식어라서, 조명받기도 쉽지만 한편으론 선입견을 가지게 만든다. 하지만 적어도 '언프리티2' 내에선 아이돌 대 비아이돌의 구도는 없었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통성명도 전에 가사 쓰고 뮤직비디오 찍고 인터뷰하고 미션 받고 무대에 올랐어요. 아이돌 언더 나눌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일단 랩 하고 싶어 모인건 똑같잖아요."
"3개월 안에 이렇게 많은 걸 경험하긴 쉽지 않아요.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최근에도 다 같이 모여 회식했어요. 저와 길미, 유빈, 수민은 끝까지 남아서 새벽 네 시까지 달렸죠. 피에스타 멤버들은 저보다 더 몰입해서 함께 기뻐하고 함께 분노하며 '언프리티2'를 시청했어요. 솔로곡 '미친 개'가 나왔을 때도 단체채팅방서 축하해주고, 각자 SNS에 홍보해주더라고요. 너무 고맙죠.
누군가는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냐 묻는데, 천성이 남들 기류에 상관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날 선 내 모습을 지적하는 사람들 있었지만, 저도 그 부분 보면서 '고쳐야겠다' 생각했기 때문에…하하. 저에게 둥근 면이 많은데 언젠간 그런 모습도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조급하진 않습니다. 사람마다 타이밍이 있으니까요."
진짜 쿨하다. '쿨한 척'도 아니고 '거만함'도 아니다. 그만한 실력과 자신감 갖춰져있기 때문에 가능한 매력적인 모습. 랩을 어떻게 배웠냐 물으니 돌아오는 답이 흥미롭다. 이론 배운 적 없고, 주입식 교육 없었고, 그냥 스스로 체득했다는 답변.
"독서도 좋아하고 두서없이 내 생각을 메모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러던 도중, 많은 여성 래퍼들이 그렇겠지만 윤미래 선배님의 랩을 듣자마자 매료됐어요. 듣고 따라 불러보니 춤, 노래와는 또 다른 재미더라고요. 라임도 플로우도 모른 채 말도 안 되는 가사 써서 랩을 하기 시작했죠. 그게 몇 년 전이에요.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랩이니 정말 재밌었어요. 그룹 활동 하면서 랩 하고 랩 메이킹 해왔지만 그 분량이 6~8마디라 그리 많진 않거든요. '언프리티2'를 통해 정말 원 없이 하고 왔어요.
16세에 연습생되고 19세에 데뷔하고 지금이 22세에요. 그 시간 길었기 때문에 현재가 정말 값져요. 벅차게 기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프리티2'라는 기회가 왔고, 그걸 잡았고, 절 보여줄 수 있었어요. 날 선 모습들 부각됐지만 내 안의 동그란 모습 보여드릴 기회 많을테니 피곤하고 바빠도 행복해요. 이젠 솔로앨범 준비에 돌입합니다. 열심히 하고 싶어요. 지금의 마인드로."
jeewonjeong@xportsnews.com / 사진=로엔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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