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배우 문근영에게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간만에 생긴' 연기 욕심을 채울 수 있는 꽤 괜찮은 첫 발 이었고, 제 필모그라피의 자부심이자 또 다른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였다.
어느덧 문근영은 익명의 탈을 쓴 이의 지적에도 마음을 쓰지 않게 됐고, 제 길을 더욱 또렷하게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며 영화 '사도' 직전 찾아온 '오춘기'를 현명하게 이겨낸, 더 자유로워질 서른을 목전에 둔 배우가 됐다.
"문근영이 맡았으니 뭔가 있겠지 하는 기대를 하신 분들은 밋밋하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난 '소윤은 내레이터일 뿐이에요. 소윤에 기대하지 마세요. 전 전달하는게 목적이에요'라고 생각했었죠. 엔딩은 마음에 들어요. 집착에 가까운 한소윤 행동의 개연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속상했지만, 결국 16회에서 정리되더라고요. 또 소윤에게 이 사건은 밝혀내야하는 사명이기도 했기에. 엔딩은 만족해요.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16회동안 긴 호흡을 연기했다는 평가. 그 글을 보자마자 '맞아요!' 했어요. 사람을 만나고 사연을 듣고 사건을 추리하는 긴 과정을 통해 '마을'이 만들어졌고 이 긴 호흡을 연기했었으니까. 그걸 알아봐주신 분께 감사했죠. 긴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었거든요."
기실 문근영은 영화 '사도'를 기점으로 작품 선택에 대한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문근영이 할 법한 역할'이라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원하는 작품을 기꺼이 선택한 게 이 시기다. "사춘기를 넘어선 오춘기, 육춘기가 그 때 왔다"던 문근영은 깨달음 이후 차기작을 선택했다. 그게 '마을'이다.
"주인공 제안을 받은 대본에서 서브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고 말하면 '농담하지 마세요. 거절하실거면 솔직하게 거절해주세요'라는 답이 돌아온 적도 있었어요. 예전엔 그런 말을 들으면 포기했었지만 이젠 '내가 하고 싶은거면 악착같이 달려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역할이나 비중이 크든 작든 좋은 캐릭터와 대본이라면 뭐든 해서 필모그라피를 채우고 싶어요. 간만에 연기 욕심이 생긴 시기에요.
'사도'를 찍으며 방황할 때, 이준익 감독님이 '문근영은 문근영이야. 너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해. 그게 너고, 네가 문근영이야'라고 말씀해주신 게 큰 힘이 됐어요. 쥐고, 지키고, 품으려 했던 것들을 많이 놓게 됐죠.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게 되는 시기가 왔습니다. '사도' 개봉 즈음 마음 정리도 됐어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요."
이제 문근영은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동생'이란 타이틀은 아쉽지 않지만 '국민'이라는 타이틀은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 수 있는 시기를 맞았다. 뒤늦게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의 놀라움을 깨닫고 다시 과거에 감사할 줄 아는 넓은 품을 가지게 됐다.
"물론 누군가는 한 물 갔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한 물 갔으면 어때. 내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올 것이란 믿음이 있어요. 난 아직 서른도 안 됐으니까요. 이제 서른이 되니까요.
서른의 저는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삶이나 연기나 작품 모두 다. 그래서 더 끊임없이 시도 해보려고요. 아직 보여준 것 하나도 없어요. 찬란하고 빛났어야 할 20대에 전 너무 움츠러들어 있었거든요. 이젠 그게 많이 깨졌습니다. 서른이 되면 20대 때 빛나지 못한 수많은 내 안의 불꽃들이 '펑펑펑' 터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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