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FA 계약 하면 홀가분 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내년에 해야될 숙제들이 밀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송승준은 올해 우여곡절 끝에 첫 FA 자격을 갖췄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해외파 특별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했고, 어느덧 9번의 시즌이 끝났다.
송승준이 FA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여러가지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송승준은 "그런 이야기들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지난 9월 29일 시즌 마지막 홈 경기 선발 등판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1루측 홈 관중석에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어쩌면 이날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롯데팬들에게 인사 하는 마지막 경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분 좋게 계약을 마친 송승준은 "내년에 팬들에게 다시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 큰 숙제를 끝내 홀가분 할 것 같은데.
"홀가분 할 줄 알았는데 아니다. 내년에 해야될 숙제들이 밀려오는 기분이다."
-고향팀 롯데에서 계속 뛰게 된 것은 의미있을 것 같다.
"제일 좋은게 그거다. 다른팀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가 먼저 구단에 롯데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랬더니 구단에서도 '네가 선수 생명이 끝날때까지 여기서 뛰는 것을 바란다'고 하시더라. 그게 서로 잘 맞아떨어졌다."
-사실 송승준이 롯데를 떠날거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나도 그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소문은 늘 날 수 있는 거다. 실제가 아니니까 괜찮다. 나는 구단에 첫만남때부터 롯데에서 뛰고싶다고 말했다. 솔직히 롯데 말고는 갈 곳이 없다고도 이야기 했다(웃음)."
-FA 계약을 맺었으니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프로라는 직업은 늘 부담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부담감은 그 부담감과 또다르다. 어쨌든 후배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고, 팬들이 나를 지켜본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지켜볼 것이다. 내가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야한다. 내년에는 꼭 한국시리즈 한번 가보고 싶다."
-롯데가 윤길현, 손승락과 계약을 맺어 불펜이 보강됐다. 선발 투수로서는 반가운 소식일텐데.
"무조건 반갑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선수들이 짜임새 있어 잘 뭉쳤으면 좋겠다. 실력보다 중요한게 팀워크다. 잘 뭉칠 수 있도록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돕겠다."
-올해 마지막 등판때 홈 관중석을 보고 허리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롯데에서 꼭 뛰고 싶었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이 팀에서 못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혹시라도 마지막이 될까봐 인사는 하고 싶었다. 올 시즌에 기대도 많이 해주셨는데 부응을 못한 것 같아서 인사했다. 강판되는데 투수코치님이 공을 들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마지막일 것도 같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구단이 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런데 그날 인사하고 내려오니까 완전 난리가 났었다(웃음). 다들 나보고 '다른 팀 가냐'고 묻더라. 이제 계약을 해서 내년에 다시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좋다."
-내년 첫 등판때 인사를 먼저 하고 올라가나.
"그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다른 선수들도 그렇지만, 유독 고향팀인 롯데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선수로 알려져있다.
"초등학교때 김응국, 김민호 선배님들이 롯데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롯데가 우승을 했다. 92년이었다. 우승을 내 눈으로 지켜보면서 '내가 프로에 가게 된다면 꼭 롯데 선수로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 마음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중간에 미국을 다녀왔지만 어디서 시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서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계약도 그게 많이 작용했다. 어디서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서."
-생활 터전이 부산에 뿌리박힌 것도 큰 작용을 했나.
"그렇지는 않다. 아내는 서울 사람이라 꼭 부산이 아니어도 가족 모두 잘 살았을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다른팀 중 나를 원하는 팀이 없었던 것 같은데(웃음). 외부 시장에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나가는 순간 팬들도 많이 실망하실 것 같았다. 그동안 롯데를 사랑한다고 말로만 했지 행동을 못한 것 같았다. 팬들이 그런 별명(꼴빠아재)을 붙여주신 것도 애정이 밑바탕이지 않나. 야구 실력은 들쑥날쑥 하더라도 팀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기복이 없다는 것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고참으로서 팀 성적에 대한 고민도 컸을 것 같다. 롯데의 최근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최근 포스트시즌 진출을 못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올해 두산이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끝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우승해보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인터뷰때마다 '올해는 꼭 가을야구 하겠습니다'하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참 사람 마음대로 안되네. 정말 진심이다. 내년에는 한국시리즈 한번 가보고 싶다. 기회를 잘 잡아서 롯데팬들의 한을 풀고, 내 한도 좀 풀고 싶다(웃음)."
-새로 부임한 조원우 감독과는 이전에도 인연이 있는데.
"코치님으로 롯데에 계셨었기 때문에 워낙 잘 안다. 감독님은 공과 사가 분명하신 분이다. 야구 외적으로는 정말 털털한 아저씨처럼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칠 수 있다.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야구장 내에서만큼은 카리스마가 있다. 함부로 다가가서 장난치거나 그런 일은 없다. 앞으로 우리를 잘 이끌어주시리라 믿는다."
-프리미어12 대표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욕심도 났을 것 같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병역 특례로 군 면제를 받았다. 그래서 은퇴하기 전까지 모든 국제대회는 다 나가고 싶다. 솔직히 이번에는 내 실력이 안되서 안뽑힌거다. 실력이 안되는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뽑아만주신다면 안가는 일은 절대 없다."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롯데의 안방마님 강민호가 장가를 갔다.
"결혼식을 못가서 이 자리를 빌어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마 민호는 워낙 슈퍼스타라서 나 말고도 많은 선수들이 축하해주기 때문에 굳이 내가 자리를 빛낼 수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민호야. 잘살길 바라고, 그동안 우리팀 포수하면서 궂은 일 다 맡아서 했는데 앞으로 가정과 팀 모두 책임감을 갖고 팀이 우승할 수 있게 함께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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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