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진태 기자] 선발 투수보다 비싼 불펜 투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KBO리그 스토브리그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투수 최대어로 지목됐던 정우람과 손승락 모두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화 이글스와 정우람의 FA 계약은 4년 84억원이었고 보상 금액과 선수까지 합치면 100억원 가까운 금액으로 늘어나게 된다. 롯데 자이언츠 역시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영입하는데 4년 60억원을 지출했다. 이 계약 규모 역시 보상 금액은 제외된 수치다.
KBO리그는 선발 투수만큼이나 불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타자 친화적인 리그로 손꼽히기 때문에 뒤집기 승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현장에서는 5점의 격차도 안심하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구단들은 선발 투수뿐 아니라 뒷문을 지켜줄 불펜 투수 영입에 혈안이 되어 있다. 시장에서의 수요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올 시즌 역시 각 팀의 불펜 투수들은 5375⅓이닝을 던졌고, 이는 전체 투수들이 소화한 이닝에 42%나 됐다. 특급 선발들이 나오지 않는 실정에서 외국인 투수에게 선발 마운드를 의존하는 KBO리그의 실상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수치다.
그러나 불펜 투수의 대형 계약이 합리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 현존 최고 마무리 투수로 불리는 크레이그 킴브렐이 지난 2014년 애틀랜타와 맺은 계약은 4년 4200만 달러(약 485억원)이었다. 엄청만 계약임에는 분명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A급 선발 투수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이 계약 규모의 2~3배를 써야한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는 승리직접기여도를 통해 선수를 평가한다"며 "200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와 70이닝을 던지는 불펜 투수가 같을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매일 뛰는 야수와 선발 투수도 같지 않다. 최근 불펜 투수들의 대형 계약은 과열 경쟁 속에서 나오는 기현상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 위원은 야구에서 불펜 투수들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사실 역시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불펜 투수의 지위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높아졌다. 세이브와 홀드와 같은 불펜 투수들의 기록이 집계되고 있고 불펜이 강한 팀이 우승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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