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진태 기자] 불펜 투수에 대한 위상이 확실히 높아졌다. 그러나 우려 섞인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8일 원 소속 구단과의 우선 협상 기간 마지막날 '최대어'로 꼽힌 정우람은 결국 SK 와이번스와의 협상을 박차고 시장의 평가를 받기 위해 나왔다. 지난 2014 스토브리그에서 불펜 최고 대우를 이끌어낸 안지만(4년 65억원)의 계약 규모 이상을 SK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우람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올 시즌 각 팀의 불펜진이 5375⅓이닝을 기록했고 이 수치는 전체 투수들이 소화한 이닝의 42%에 해당했다. 특급 선발 투수들의 발굴이 지지부진한 것과 함께 구단들이 경기를 펼치는 과정에서 불펜진에 대한 비중을 높인 이유도 컸다.
지금 FA 시장에서 계약을 기다리고 있는 투수는 총 세 명이고, 이 중 정우람과 손승락은 어느 팀에 합류하더라도 필승조 및 마무리를 맡을 수 있는 특급 투수들이다. 정우람이 불펜 최고 대우를 거절하고 나오면서 타 구단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장전해야할 총알은 '1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우람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80억 가까운 계약 금액과 함께 보상 금액(최소 8~12억원)이 추가로 지출되야하기 때문이다. 손승락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올 시즌 손승락의 연봉은 5억 3천만원이며 보상금액으로만 최소 10억 6천만원 최대 15억 9천만원이 소요된다.
물론 두 투수가 한국 무대에서 보여준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우람는 통산 62세이브 128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하고 있는 믿을맨. 필승조와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투수. 또한 최근 5시즌 동안 정우람은 평균 74⅔이닝을 던져줄 정도로 '내구성'에도 강점이 있다.
손승락 역시 통산 177세이브를 기록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 5년 손승락은 평균 30.2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으며 타자 친화적인 목동야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며 이 정도의 성적을 냈다는 것도 손승락의 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들은 한국 무대와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한국과 달리 가용할 수 있는 불펜 투수들이 많다는 점도 있지만 선발 투수에 비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는 점도 불펜 투수들에게 높은 몸값을 보장하지 않는 주된 이유다.
한국 야구에서 불펜 투수들에 대한 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지고 그 역할 또한 중요시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불펜 투수들의 시장 가치가 적절한 것인가에는 의문을 품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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