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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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이 이야기] 야구장 is raining.

기사입력 2007.03.14 19:23 / 기사수정 2007.03.14 19:23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지붕이 없는 잠실구장을 날씨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잠실구장에서는 맑은 날은 밝고, 흐린 날은 어두운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르며 당연히 야간경기는 조명탑이 환하게 켜진다. 또 하나의 바탕화면이 있다면? 그렇다. 비 오는 날이다.

야구만큼 비를 싫어한다는 종목도 없다. 야구를 못하도록 하는데 누가 반기겠는가? 모처럼 야구를 즐기고자 했던 팬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상대로 한 상인들도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상승세를 타고있는 팀도 기세가 꺾일까 염려할 것이며, 야구관계자들은 시즌 일정에 차질을 빚는데에 애태울 것이다.

물론, 이런 염려는 보통 당일 경기를 앞두고 많은 강우량으로 인해 경기취소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며느리도 모르는 변화무쌍한 날씨는 야구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경기중에 비가 그칠지, 갑자기 쏟아질지 그 누가 알겠는가? 어중간한 강우량으로 인해 경기가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대략 경기시작 1시간 전에 최종결정이 내려진다.

경기속행이 결정되기 전, 야구장은 평소와 같이 준비에 들어간다. 경기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게 모두의 공통된 심정.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결정의 순간! 

우선 경기가 열리게 되는 경우를 보자. 그때에는 그라운드 상태를 정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최우선. 경기장을 관리하는 용역업체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부근은 미리 덮어놓은 방수포를 제거하면 멀쩡하다. 그렇지 못한 내야의 흙은 진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곳의 물을 빼기 위해선 안전요원 아르바이트생들까지 투입된다. 이렇듯 인력동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경기는 시작된다.

그들의 수고로 여러 사람이 야구를 즐기는 게 바람직하지만, 경기취소로 결정된 경우엔 또 다른 여러 사람이 피곤하다. 관중을 비롯한 직업상 야구장에 출근한 이들은 헛걸음을 한 셈이다. 경기가 열림으로써 수익을 올리게 되는 이들의 아쉬움, 시간낭비에 대한 아쉬움은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
 
매표소는 티켓을 환불하려는 관중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이것은 알아두자. 입구에서 한번 티켓팅을 하면 절대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티켓은 추후 해당 홈팀(LG 혹은 두산)의 홈경기 때 사용 가능하다. 즉, 지불한 돈으로는 반드시 경기를 관람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실망한 야구팬들을 위해 선수들은 작은 볼거리를 마련한다. 관중이 모두 빠져나가기 전, 팀에서 신참급의 선수 몇 명이 그라운드로 나와 서로 경주하듯 다이아몬드를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홈을 향해 슬라이딩!

그들은 평소보다 훨씬 긴 거리를 주르륵 미끄러진다. 젖은 방수포 위에서 슬라이딩하기 때문이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관중을 위해 웃음을 선사하는 순간.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공유함은 어떨까? 야구와 사이좋지 않은 비. 역시 인간은 자연 앞에 무력하기만 하다.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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