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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박용운, 10년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기사입력 2015.11.24 00:26 / 기사수정 2015.11.24 12:37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스포츠에서 종목을 바꾼다는 것은 보통 큰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결정내리기 힘든 일이다. 특히나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안정적인 위치에 오른 후에 자신이 가진 걸 포기하고 새로운 것이 도전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CJ 엔투스 박용운 감독이 새로운 팀 감독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프로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지는 못했지만 2년간 성공적인 감독 생활을 보냈고, 올해 후반부에는 김준호-한지원이라는 에이스를 만개시키는 데 성공하며 능력을 보인 박용운 감독이었다. 

누구라도 박용운 감독이 내년 CJ 엔투스 감독으로 계속 남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그것도 스타크래프트2가 아닌 리그 오브 레전드였고 더구나 한국도 아닌 중국이었다. 심지어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1부 리그인 LPL도 아닌 2부 리그인 LSPL. 박용운 감독은 정말 새로운 출발을 선택한 것이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코치로 위장 취업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다른 박용운 감독. 과연 박용운 감독은 무슨 이유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일까. 한국을 떠나기 전 만난 박용운 감독은 무척이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새로운 팀을 옮기기에는 올해 CJ 엔투스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프로리그에서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강팀의 면모를 다시 찾았고, 개인리그에서도 김준호와 한지원의 기량을 만개시켰다.

올해는 정말 아쉬운 시즌이었다. 감독인 내가 더 열심히 했다면 프로리그 우승은 못했더라도 결승까지는 갈 수 있었을 거다. 내가 부족해서인지 아쉬운 상황이 많이 보였다.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선수들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미련이 남는다. 항상 열심히 하는 CJ 엔투스 선수들과 권수현 코치에게 고맙다. 

김준호와 한지원이 개인리그에서 낸 성적도 나보다는 권수현 코치와 선수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거라 생각한다. 김준호와 한지원 모두 커리어의 정점을 찍기 위해 달리던 선수여서 옆에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했다. 여기에 권수현 코치의 보조가 뒷받침되어 김준호는 우승을, 한지원은 3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회사의 지원도 부족함이 없었다. 

2년간 CJ 엔투스를 이끌면서 기본을 지키고 겉멋에 빠지지 말자는 목표를 따라갔다. 팀 규율이나 팀이 원하는 연습 시간, 선수들이 가지는 절대적인 연습량과 코칭 스텝의 타팀 분석 같은 기본에 성실하고 철저하게 지켰다. 그리고 우리를 합친 것 보다 더 현명한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내게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다고 해도 누군가 수긍하기 힘든 생각하면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았다.



김준호와 한지원은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지만 그간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 어떻게 바뀌었다고 보는가.

김준호는 실력은 충분했지만 큰 무대에서 경험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 케스파 컵에서 시즌1에서 김준호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4강에서 한지원을 꺾었다. 간절함을 보자면 한지원이 위였다. 내 생각으로도 한지원이 결승에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항상 웃는 표정의 김준호가 평소에 하지 않던 걸 준비해와서는 결승까지 올라 우승을 차지했다. 감독인 나도 놀랄 정도였다.

김준호를 처음 만났을때 ‘이렇게 잘 하는 선수가 왜 16강밖에 가지 못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준호에게 계속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이야기했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며 김준호가 올해 계속 좋은 성적을 낸 거 같다. 

반면 한지원에게는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누구보다도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절실한 선수가 한지원인데 자기도 의도하지 않은 준우승을 세 번이나 차지하면서 감독인 나도 아쉬움과 후회가 많이 든다. 경기 전에 해 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다 해주지 못한 거도 아쉽다.

스타리그 시즌3 결승에서 한지원과 김준호 모두 권수현 코치를 원하는 바람에 결승전에서는 아무도 경기 중 쉬는 시간에 부스에 들어가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최근 들어 코치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자리가 중요하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예전에 코치에 대해서 잘 느끼지 못하다 최근에 코치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진 건 코치들이 예전보다 더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같이 일했던 권수현 코치의 장점은 성실성이다. 나도 권수현 코치의 성실성과 열정을 보고 같이 일하기로 결정했다. 2년 전의 권수현 코치에 비해 지금 권수현 코치는 굉장히 성장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니까 선수들도 믿고 의지하는거다. 가장 옆에서 본 사람이니 열정만 유지한다면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될 거다. 팀을 떠나서도 권수현 코치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사람이다.



CJ 엔투스에서 계속 감독 생활을 이어갔으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거 같은데, 팀을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

2014년 CJ 엔투스에 부임해 열정적으로 팀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작업이 끝나는 시점에서 감독인 내가 할 일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내 열정이 조금씩 식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경기장에 갈 때 들던 설레는 마음과 승리 후 기쁜 마음, 그리고 패배 후 스트레스가 조금씩 느껴지지 않으며 무덤덤해졌다. 그래서 나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CJ 엔투스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도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CJ 엔투스에서는 팀을 떠나겠다는 내 의사를 듣고 정말 많이 만류했다. 부족한 감독인데도 계속 같이 가주시려고 한 점에 정말 감사드린다. 하지만 결국 내 의사를 존중해주셨고, 선수들이나 권수현 코치도 아쉬워했다. 내가 떠나도 권수현 코치와 선수들이 있기에 CJ 엔투스는 잘 할거라 생각한다.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2부 팀 감독으로 도전하는 거로 알고 있다.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

스타크래프트2 감독을 지냈지만 그간 리그 오브 레전드 인력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선수단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10년 넘게 쌓은 내 경험이 중국에 많이 필요할 거 같다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중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걸 보고 내가 건너가도 할 일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같은 e스포츠지만 종목이 바뀐다는데 부담이 컸다. 팀을 옮기는 게 결정된 이후 짧은 기간에 리그 오브 레전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내가 직접 선수들에게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을 이해하기 위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했다는 쪽이 맞을 거 같다. 감독 역시 게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나보다 더 게임을 잘 하는 전략 코치들이 많다. 코치도 사람이다. 게임에 대한 확실한 이해로 팀 구성원 전체를 돌보는 것이 e스포츠 감독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내가 하던 일과 크게 차이는 없을 거 같다.



이번에 새로 부임하게 된 뉴비팀은 어떻게 제의받게 되었나.

이미 중국에 건너간 관계자들과 많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에 뉴비 팀에서 감독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팀 오너를 만나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그동안 가지고 왔던 선수단 관리나 훈련 시스템들을 바탕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너 역시 내 이야기에 동감하고 팀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팀에서의 목표는 팀을 1부 리그에 올리고 중국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도 있다. 그러나 EG-TL 시절부터 가졌던 목표가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도 한국 선수만큼 실력을 낼 수 있게 하는 거다. 이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다들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 대답들은 하나같이 논리적이지 않은 추측이었다. 한국 선수만큼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해본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내 개인적인 목표는 중국 선수의 역량을 한국 선수 이상으로 끌어내는 거다.

10년동안 감독 생활을 하면서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데, 지금까지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

원래 코치나 감독을 하기 위해 첫 팀인 POS에 들어간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프로게이머 타이틀을 달아보고 싶어서 코치로 위장 취업한 연습생이었다. 처음 코치로 들어가서 반년 동안 게임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다. 다른 선수들의 일을 도와주고 하는 도중 박지호와 둘이 잠시 나갈 일이 있었다. 다른 선수에 비해 박지호는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다른 사람한테는 그리 까다로운 선수였는데 유독 내 이야기만 잘 듣길래 둘이 외출한 김에 왜 그랬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박지호가 말하길 감독님이나 코치님은 e스포츠에 인생을 거신 분이고, 자기보다 더 절실한 사람이기에 지시에 따르는 게 당연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열정을 보여주면 다들 따라온다는 걸 알고부터 진지하게 코치 일에 전념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온 거 같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끔 커뮤니티에 가면 내 두발 상태를 두고 많이들 농담하시더라. 어떻게든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거에 감사드리고 있다(웃음). 10년 넘게 스타크래프트 종목 코칭스태프 일을 해왔지만, 이제 다시 열정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나라에서 다른 종목으로 다시 시작하니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프로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CJ 엔투스 팬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하지만 올해 프로리그 결승에 가지 못한 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이제 새로운 감독과 권수현 코치, 그리고 선수들이 합심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CJ 엔투스를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CJ 엔투스에 있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언제나 많은 도움을 주신 사무국에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CJ 엔투스에서 있던 2년이 내 인상에서 가장 즐겁고 영광스런 시간이었다. 나를 위해, 그리고 CJ 엔투스를 위해 서로의 앞길을 축복했다. 앞으로도 CJ 엔투스가 여전히 강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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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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