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시청률은 낮지만 파급력은 남다른 신기한 프로그램이 있다. 자극적인 편집이나 쿡방인 것도 아니다. 오로지 책과 책에 관련된 이야기만으로 거둔 성과다.
지난 9월 15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OtvN '비밀독서단'은 여러면에서 흥미롭다. 사실 '비밀독서단'의 시청률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신생 채널인 OtvN이 채널 배치상 뒤에 있어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과거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크게 히트를 쳤지만, 이후로 한동안 책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았기에 더욱 눈에 띈다. 화제성은 상상이상이다. 서점에서 '비밀독서단'이 소개한 책들이 다수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미디어셀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분명 흥미로운 현상이다.
'비밀독서단'은 매주 현실감 있는 이슈를 선정해 이에 걸맞는 책을 비밀독서단원들이 추천하고, 책의 핵심구절이나 다양한 정보와 의견등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선정되는 주제는 다양하다. 당장 17일 방송분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1회는 갑질에 고달픈 사람들을 위한 책들이 소개됐고, 사랑, 음모론, 여행, 영화 원작 등 다양한 테마를 갖고 진행된다.
책은 이문열 작가, 박재동 만화가, 공병호 경영전문가, 건축가 오영욱 등의 자문위원단에게 추천을 받고,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추천한 책까지 100여권의 리스트를 만든다. 이 중 출연진들이 본인들이 읽고 추천하는 책들이 최종적으로 방송에 소개된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시집이 주요서점 판매순위 종합베스트 1위 자리에 오르며 화제가 된 바 있고, '다윗과 골리앗', '윤미네 집', '페로코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남자는 나쁘다', '슬픔이 없는 십오초', '백의 그림자', '자본에 관한 불편한 진실', '악당의 명언', '레토릭' 등이 소개 이후 관심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다소 접근하기 어려워보이는 인문학이나 철학 도서들만 내놓지 않는다. 데프콘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송곳', '고령화 가족', '장난아닌 장난감 피규어' 등 만화부터 마니아층을 위한 책까지 다양하게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선정도서를 이미 읽은 시청자들은 새로운 관점에서 책을 볼 수 있어 더욱 즐거운 독후 활동이 된다는 평이다. 읽지 않았던 시청자들에겐 읽어볼만한 책들을 소개하니 접근성이 높아진다.
정찬우, 김범수, 데프콘, 예지원, 신기주, 조승연 등이 주축이 되지만 이들의 일정에 따라 신기주나 조승연 등이 한 회차 정도 쉬어가고 게스트가 출격하는 경우도 있다. 이동진 평론가나 이우성 시인 등이 나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출연진들은 프로그램을 위해서 한 달에 약 15권 가량의 책을 읽게 된다. 단순히 환산하면 이틀에 한 권은 읽어야 녹화를 준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쁜 스케줄을 지닌 이들에게 쉽지만은 않은 조건.
그러나 '비밀독서단' 출연진들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책을 모두 읽고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독서단' 관계자는 "출연진들도 프로그램에 애정이 많다. 예지원 씨도 특히 이 프로그램에 애정이 남다르다고 하더라. 정찬우나 데프콘 등도 많은 책들을 다 읽고 참여하며 이야기를 꺼낸다"고 밝혔다.
각각 출연진들이 지닌 장점도 뚜렷하다. 상대적으로 독서를 즐기지 않을 것 같은 정찬우와 데프콘이 재밌게 읽고 온 책이라면 시청자들의 심리적 허들도 낮아져 더 친근하게 여기게 된다. 김범수는 아나운서 답게 대화의 핵심을 찌르기도 하고, 예지원은 책을 꼼꼼하게 읽고 와 홍일점으로 갖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털어놓는다. 조승연, 신기주, 이동진, 이우성 등이 펼쳐놓는 이야기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비밀독서단'은 북 크로싱이라는 책 돌려읽기 캠페인도 함께 전개하면서 책 읽기를 자연스레 장려하고 있다.
혹자는 미디어셀러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하지만 시청자가 독자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비밀독서단'은 꽤 성공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비밀독서단'은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8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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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