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오지현(19,KB금융그룹)이 우승을 확정 짓고 눈을 감은 순간 지난 2년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지현은 8일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201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캡스챔피언십 2015'에서 14언더파 202타를 기록, 정규투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정규투어에 정착하기까지,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2013년 드림투어 생활 후 '지옥'의 정규 시드전을 통해 1부 무대로 올라섰다.
올라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1시즌만에 다시 시드전으로 돌아왔다. 다신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전쟁터에서 돌아와 2번째 혈투를 벌였다. 다행히 위에서 4번째 성적으로 훈장과 함께 복귀했다.
2015 시즌을 앞두고 오지현의 부친 오충용 씨는 딸에게 "이번에도 시드투어로 돌아오면 골프를 그만두자"고 말했다. 진심은 아니었다. 딸이 더 경기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던진 '충격요법'이었다. 오충용 씨도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딸이 더 잘할 수 있는 걸 알기에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지현은 당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가 시즌을 앞두고 또 한번 시드전에 가면 골프를 그만두자고 약속하셨다. 그만큼 지옥이었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기에 최선을 다했다"라고 그때를 되돌아봤다. 오지현은 "시드전에 가면 부모님도 선수도 고생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진심으로 이야기하신 것 같진 않다"며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렸다.
안이함을 버리고 절실함을 가슴에 새겼다. 목표는 '꾸준함'으로 재설정했다. 이는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오지현은 이번 대회를 포함해 26개 대회서 24번 컷을 통과했다.
오지현은 "올해는 컷 탈락을 하지 말자고 목표를 설정했다. 중간에 컷 탈락을 한 번 해서 목표가 사라져 흔들리기도 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스윙에만 집중했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간 쌓였던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오지현은 이 대회를 통해 2016, 2017시즌 동안 정규투어 시드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우승으로 느슨해질 수 있는 정신상태를 다 잡으며 "이번 우승으로 팬들에게 오지현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다음 목표는 내 롤모델 전미정 프로처럼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더 큰 꿈을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etwoods@xportsnews.com / 사진=오충용 씨와 오지현이 우승 확정 후 포옹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