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수원 삼성이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를 떠날 각오까지 하고 있다.
수원은 3일 오후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2016년 연간회원권 판매 지연에 대해 안내했다. 구단은 지연 이유로 "내년도 경기장 사용에 따른 문제점으로 인해 빅버드 사용이 불투명해졌다"고 설명했다.
빅버드는 수원 팬들의 자랑거리다. 2002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어진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수원은 경기장 지붕의 큰 날개 모양이 구단 명칭 '블루윙즈'와 한데 어울리며 상징으로 발전했다.
수원과 함께 빅버드는 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찼다. 수원시가 공공연하게 '축구 수도'를 외치는 배경도 매년 관중 동원에서 K리그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 수원 덕분이다. 올해도 수원은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23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유료관중 비율을 과시한다.
수원이 곧 빅버드로 정착된 상황이지만 정작 구단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경기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다. 프로구단은 이를 위탁 운영할 뿐이다.
축구뿐만 아니라 국내 스포츠 사정이 모두 같다. 다만 차이는 지자체가 구단에게 어느 정도 혜택을 주느냐다. 몇몇 프로야구단처럼 구장을 장기 임대하거나 민간위탁을 하는 것이 행정적 제약 안에서 구단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방안이다.
K리그 명문구단인 수원은 오히려 지자체의 협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원은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에 타 구장 대비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면서도 수익 창출을 위한 광고권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오히려 재단이 2층 난간과 관중석 내에 자신들의 광고물을 설치해 독자 영업을 하고 있다.
수원은 창단 20주년을 맞은 올해 구단 모델을 수익형으로 탈바꿈하며 빅버드 2층에 대형 통천을 내걸었다. 보다 향상된 관람환경을 제공하고 20주년을 빛낸 구단 레전드 선수들의 통천을 설치해 자긍심을 구장에 담는 데 노력했다.
하지만 빅버드에 새겨졌던 자부심은 재단의 상업광고에 제자리를 잃었다. 레전드 통천이 설치됐던 자리는 어느새 재단과 계약한 치킨 광고로 바뀌어져 있다. 특히 일부 광고는 수원이 유치한 스폰서와 동일한 업종이라 구단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편의를 위해 주 전광판 하단에 부착했던 일정 안내 현수막마저 광고에 밀려 자리를 이동했다. 최근 재단은 이 자리에 LED 광고판 설치 시공에 들어가면서 노골적으로 상업광고 수익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수원은 재단의 일방적인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수원은 연간회원권 지연 안내를 통해 알려진 대로 빅버드를 떠날 방안까지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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