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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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노트르담 드 파리' 처연한 사랑, 숭고한 감동

기사입력 2015.10.28 10:51 / 기사수정 2015.10.28 18:16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한 나라의 역사와 가치관, 종교관, 세계관 등을 작품에 오롯이 담아내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작가의 깊은 사상은 물론이거니와 시대적 배경을 통해 주제를 구현해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를 충족하는 작품이다. 혼란스러운 시대 속 욕망과 사랑 등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녹여내 시공간을 넘어 사랑받고 있다. 마치 한 편의 고전을 보는 듯,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처연하게 펼쳐진다.

10년 전 한국에 처음 공연된 뒤 많은 사랑을 받은 프랑스 3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오리지널팀이 또 한 번 국내 관객을 찾았다. 지난 2월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무대에 이어 9개월 만이다.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1482년 파리를 배경으로 자유분방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콰지모도를 통해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담아냈다.

등장인물은 모두 심적 고뇌를 겪는다.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는 자신과 정반대의 아름답고 자유로운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못한다. 그럴수록 자신의 추한 외모를 증오하게 된다. 에스메랄다 역시 사랑 때문에 고통을 앓는다. 프롤로는 노트르담 성당 대주교의 신분으로 에스메랄다에 집착한다. 근위대장 페뷔스는 약혼녀가 있음에도 에스메랄다에게 첫눈에 반한다.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집시의 왕 클로팽 캐릭터를 통해서는 이방인의 아픔을 그려낸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대서사시는 끊김이 없고 밀도 있게 담겼다. 정숙과 쾌락,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의 상반된 개념 속 주인공인 콰지모도 뿐 아니라 인물들의 가혹한 숙명을 균형 있게 다룬다. 집시, 이방인, 이교도로 표현된 사회에서 밀려난 민중의 분노도 읽을 수 있다.

예술성이 짙은 프랑스 뮤지컬에 익숙지 않은 관객도 지루해하지 않을 것이다. 콰지모도의 사랑 혹은 그 당시 파리의 시대적 배경에만 국한하지 않고, 철학적인 메시지에 초점에 맞춘다면 보다 이해가 쉬울 듯하다. 프랑스다운 뮤지컬이지만, 프랑스를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보편적인' 통찰을 담아서일 것이다.

에스메랄다를 두고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가 함께 부르는 ‘아름답다'를 비롯해 귀에 익숙한 '대성당들의 시대', '이방인의 아베마리아', '불공평한 이 세상', ’신부가 되어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등 중후하고 감미로운 뮤지컬 넘버들이 몰입을 높인다.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을 결합한 앙상들들의 화려한 안무에는 등장인물의 슬프고 처연한 감정을 담아냈다. 무용수들이 3개의 대형 종에 매달려 위에서 내려오는 장면이 인상 깊다. "날 위해 울리는 종은 하나 없네"라며 울부짖는 콰지모도의 모습과 화려한 종들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배우들 모두 풍부한 성량과 안정된 연기력을 갖췄다. 950번 이상 무대에 선 이력의 소유자답게 콰지모도 역의 맷로랑은 애절한 연기와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프롤로 역의 로베르 마리엥은 욕망에 사로잡힌 신부의 고뇌를 깊이 있게 연기한다.

11월 15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12월 중순까지 전국투어가 개최된다. 150분. 만7세 이상. 문의: 1544-1555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노트르담 드 파리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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