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충분한 휴식을 취한 피가로(31,삼성)가 드디어 한국시리즈에 출격한다.
시즌 막판 피가로는 계속해서 '전력 외' 상태였다. 어깨가 문제였다. 8월 16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 4실점을 한 것을 마지막으로 2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어깨 피로 누적이 이유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 열흘이면 회복 가능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실제로 피가로는 9월 5일 KIA전에에 복귀해 6이닝 8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바로 1군에서 제외됐다. 여전히 몸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피가로의 부상이 길어지는 건 팀에게도 악재였다. 외국인 1선발급이 전력에서 빠져나가니 선발 로테이션에도 펑크가 났다. 루키 정인욱이 대체 선발로 나서긴 했지만, 성적은 12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8.28로 좋지 못했다. NC와의 선두싸움이 이어졌던 상황, '선발 야구'를 지향하던 삼성에게 마운드 붕괴는 마지막까지 곤란한 요소였다.
류중일 감독도 "차라리 내가 올라가서 던지고 싶다"며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포스트시즌에 맞춰 준비를 시켜야할 것 같다"며 피가로에 대해 조급해지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당장 순위싸움도 급했지만,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가 남아있었다.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올 때까지 길게 보고 준비시키겠다"며 충분한 휴식을 약속했다.
피가로의 복귀는 예상보단 빨리 이뤄졌다. 3일 대구구장에서 치르는 삼성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삼성은 약 6주만에 피가로를 콜업했다.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회복이 되지 않으면 포스트시즌에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맞으면서 마지막 점검대에 오를 수 있었다. 이날 기록은 7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기다림에 완벽히 보답했다. 이날 SK가 NC를 꺾으면서 삼성의 매직넘버도 0이 됐다.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 이르는 마지막 점을 찍은 등판이었다.
그리고 피가로는 한국시리즈의 포문을 열게 됐다. 대구 홈에서 열리는 1차전인 만큼, 기선제압을 위해라도 삼성으로서는 꼭 잡아야 하는 경기다. 하지만 자체 청백전 기록 2이닝 5실점으로, 휴식 기간이 길어 실전 감각이 떨어진다는 게 불안 요소다. 그래도 시즌 막바지 약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외국인 투수에게 휴식을 준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류중일 감독의 씁쓸한 인내를 피가로는 달콤한 열매로 보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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