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구, 나유리 기자] 마음 고생이 얼굴에서 묻어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택은 최대한 동요 없이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것이다.
25일 대구 경북디자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가리는 가을 잔치의 백미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목을 받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삼성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디어데이가 끝난 직후 엔트리가 발표되면 사실상 실명 공개나 다름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해당 선수들이 삼성의 주축 투수라는 선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엔트리 발표 결과, 삼성의 주축 투수 가운데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의 이름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이들이 아닐 것이라고 믿었던 팬들에게는 상실감을 안겨주는 결과일 수도 있다.
어차피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의 징계나 처벌 수위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또 검찰이나 경찰 수사가 종결된다고 해도, 구단과 리그 차원에서 어떤 징계를 내릴지도 전혀 결정된게 없다. 때문에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현재 삼성이 가야할 유일한 길은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삼성은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전무후무한 통합 5연패라는 거대한 목표가 눈 앞까지 다가왔는데, 뜻밖의 사건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류중일 감독은 도박 파문이 터진 이후 첫 공식 석상인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해당 선수가 누구인지 실명을 밝혀줄 수 있느냐"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또 함께 자리한 박석민이 2013년 삼성과 현재 삼성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2년전보다 타선이 확실히 좋아졌고, 투수력은…"이라고 잠시 머뭇거리자 "석민이가 투수들을 언급하기 조심스러워서 그런 것 같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거듭 "두산 뿐만 아니라 우리도 팀 분위기가 좋다. 3주간 준비를 잘했다.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 때문에 팬들이 실망하셨고, 너무나도 죄송하다. 죄송한 마음 때문이라도 꼭 통합 5연패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류 감독은 또 "오늘 미디어데이에 오기전에 선수들과 한국시리즈전 마지막 미팅을 했다. '결과와 관계 없이 경기를 즐기라'고 했다"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큰 바람이 삼성을 얼마나, 어떻게 흔들까. 현재로서는 묵묵히 갈 길을 가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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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