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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 세례 받은 조상우, 넥센 벤치의 실수

기사입력 2015.10.15 06:45 / 기사수정 2015.10.15 11:50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150km/h가 넘는 강속구를 뿌린다고 해도 베테랑과 같을 순 없다. 쏟아지는 야유 속에서 그라운드 가장 높은 곳에 서있던 조상우가 흔들렸다.

하룻밤이 지났지만 넥센 입장에서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패배였을 것이다.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경기가 충격적인 결말로 새드엔딩을 맺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14일 두산 베어스와의 2015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9-11로 지면서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탈락의 쓴 잔을 들이켰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으로 올해 역시 높은 곳을 바라보던 넥센의 야심은 목동 구장의 작별 인사와 함께 끝이 났다.

다소 아플지라도 패배의 원인은 꼬집혀야 한다. 넥센이 4차전에서 패배한 이유는 조상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날 선발 투수였던 양훈은 잘 던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발 교체는 조금 늦었고, 조상우 투입은 너무 빨랐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아쉬운 패배로 끝났기 때문에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양훈이 피안타는 많았지만 실점을 최소화했고, 투구수가 적었던 덕분에 넥센은 7회에도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날만 세번째 양훈을 상대하는 두산 타자들의 눈에 여전히 공이 안보일리 없었다. 양훈은 실책과 안타, 폭투와 적시타로 2실점 했다. 넥센은 양훈이 4실점째 하자 7회 1사에 투수를 손승락으로 교체했다.

1단계는 성공이었다. 4차전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은 "오늘도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 등 필승조가 대기한다. 특히 양훈이 6이닝 2~3실점 정도만 해주면 한현희와 손승락이 길게 끌고 가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러나 양훈을 생각보다 조금 더 오래 끌고 갔고, 손승락은 급작스런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8회 주자 2,3루 위기를 맞자 한현희로 곧바로 교체됐다. 한현희는 8회를 무사히 끝냈으나 9회 오재원, 김재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1사 1,3루 상황에서 물러났다.

주자가 2명으로 쌓이자 한현희의 투구수는 10개에 불과했지만 염경엽 감독은 투수를 조상우로 교체했다. 이미 앞선 투수들 교체가 아주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않는 가운데, 점수차가 비교적 여유 있으니 실점 하더라도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인 조상우를 투입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경기를 끝내겠다는 의도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3차전 그리고 4차전까지 벌써 이번 포스트시즌 4번째 등판하는 조상우는 제구가 생각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구속은 150km까지 나오면서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상황에 대한 긴장감이 투구에서 느껴졌다.

조상우를 흔든 또 하나의 요소도 있다. 이날 조상우가 등판하자 두산 관중석에서 엄청나게 큰 야유가 쏟아져나왔다. 전날 조상우가 오재일의 몸에 맞는 볼이 파울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 "안 맞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시리즈 내내 벤치클리어링, 김재호 사구 논란 등 관련 에피소드들이 있었고, 두산 오재원 같은 경우는 3차전부터 매 타석 넥센 관중석에서 터져나오는 야유를 들어야 했다. 오재원도 4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기 전까지 무안타에 그쳤을만큼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양새였다.

조상우도 이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안받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더욱이 허경민-오재일-김현수-양의지까지 상대하는 타자들이 모두 까다로웠다. 첫 타자 허경민을 상대할때부터 제구가 한가운데 몰렸고, 오재일 타석에서는 증폭된 부담감이 볼넷으로 연결됐다. 김현수 타석에서는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놓고 슬라이더가 한가운데 떨어지면서 우전 안타가 되고 말았다. 이어 양의지를 상대할때 낮게 던진 볼이 상대의 기술적 스윙에 안타가 됐고, 야수 실책에 폭투까지 이어지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조상우는 모자를 벗어 한숨을 쉬며 답답함을 표출했고, 넥센은 2점차까지 벌어지자 투수를 김대우로 교체했다. 

단기전의 특성상, 조상우가 엄청난 혹사의 희생양이 됐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4차전 조상우의 컨디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앞선 투수 운용도 조금씩 어긋난 것이 후폭풍으로 몰아쳤다. 실점 위기 상황에서 중심 타선을 상대하는 와중에 그라운드 전체를 감쌀 만큼 크게 울리는 야유 소리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에게, 그리고 팀에게도 앞으로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남을 것 같다.

NYR@xportsnews.com/ 사진 ⓒ 목동, 김한준 기자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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