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와일드카드 때문에 순위 싸움이 재밌겠어." "와일드카드 이게 미묘한 거야." "5위좀 빨리 결정났음 좋겠어"
올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상 첫 10구단 체제를 앞두고 5위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5위에까지 가을야구의 문을 열어준 일종의 단판승 제도다. 4위팀은 1승의 어드밴티지가 주어지고, 5위는 두 경기를 내리 승리해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5위 팀의 입장에서는 '연승'을 해야만 한다는 악조건이 따라붙지만, 그래도 가을야구에 발담글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현장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록 모든 팀들이 시즌 막바지까지 전력질주를 해야했지만, 그로 인해 리그의 재미가 더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4·5위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동안 상위팀들이 더 많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면서 '포스트시즌에서 정규 시즌 상위 팀의 이점이 없다'는 불만도 잦아들었다.
▲ 모든 팀들 끝까지 '강제 총력전'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대 팀들을 존중해야 한다. 끝까지 최상의 전력으로 완주할 것이다" 선두팀 삼성에서도, 막내팀 kt에서도 모두 같은 소리가 나왔다. 비록 순위싸움에서는 한 발 떨어져 있다고 해도, 주전들을 빼고 백업선수들로 라인업을 꾸리는 건 불가능했다. 미래의 선발감을 시험해보는 일도 어려웠다. 5위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불러온 총력전 양상이다. 나 하나 순위가 확정됐다고 해서 대충할 수가 없었다. 5위 자리를 두고 9월까지 SK-한화-KIA-롯데 모두 네 팀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약 20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도 "내가 1위가 확정됐다고 해서 갑자기 약한 선발을 내버리면 괜히 편들어준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것을 예고했던 바 있다. '특정팀 몰아주기'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주전을 내세워 끝까지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보니 모든 팀들이 시즌 막판까지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를 이어갔다. 선수들의 체력부담은 컸지만, 지켜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재미가 배가되는 게 당연했다.
▲ '3위 싸움-선두 싸움'에까지 불똥
유래없는 5강 경쟁이었다. 5위부터 7위까지 1게임차, 각 팀의 1승 1패에 따라 순위가 요동쳤다. 1승1패만으로도 5강 티켓이 눈 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5강 희망을 놓을 수 없는 팀들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잡아야만 하는 승부였다.
5강 가시권 팀들이 상위 팀들을 하나둘씩 잡아내기 시작하면서 4강 팀들의 순위에도 균열이 생겼다. 한화가 내리 2경기 삼성을 잡아내면서, 당연히 삼성의 5연패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2위 NC와 1.5경기차까지 좁혀졌다. 넥센이 한화와 SK에 각각 2패씩을 추가하고, 두산이 롯데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가면서 3위 싸움에도 불이 붙었다.
결국 모든 순위는 10월 4일이 돼서야 결정됐다. KIA가 잠실 두산전에서 0-9로 완패하면서 두산 베어스가 3위, SK 와이번스가 5위를 거머쥐었다. 잔여경기 일정 마지막날을 이틀 앞두고서야 가을야구로 향하는 팀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 KBO리그 흥행의 '1등 공신'
6월부터 4강구도는 어느정도 결정나있었다. 삼성, NC, 두산, 넥센이 하루 이틀간 자리를 뒤바꾸는 수준이었다. 특히 여름을 거치면서 순위는 더욱 굳어져갔다. 8~9월 동안 삼성-NC-두산-넥센의 순위 그래프는 평행을 달렸다. 후반기 들어 상위권의 순위변동은 사실상 거의 없었던 셈이다.
각 팀이 상반기까지 치른 경기는 약 80여 경기. 후반기 약 60여경기를 더 치러야 했다. 10구단 체제인 리그 전체로 확장하면 약 600경기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와일드카드 제도의 효과가 드러난다. 즉, 와일드카드가 없었더라면 각 팀들이 순위 변동에 대한 희망도 없이 600여경기를 치러야 했을 위기 상황이다. 리그 자체의 재미가 현저히 떨어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로 인해 5위 경쟁은 막바지까지 이어졌다. 결국 지난달 30일 누적 관중 716만3865명을 기록, 지난 2012년(715만 6157명)의 최다 관중 기록까지 넘어섰다. 시즌 중반 메르스 광풍으로 인해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시즌 막판 '와일드카드 경쟁'은 흥행몰이의 1등 공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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