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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구단' 부산, 강등 벼랑에 몰리다

기사입력 2015.10.01 07:00 / 기사수정 2015.09.30 22:01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한국프로축구 ‘전통의 명가’ 부산 아이파크가 2015시즌 창단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부산은 1일 현재 2015 K리그 클래식 중간순위에서 12개 팀 중 11위다. 올해 최종순위 12위팀은 자동 강등, 11위팀은 K리그 챌린지 상위팀과 강등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부산은 10위 광주와 승점 차가 무려 11점이다. 막판 기적의 뒤집기를 하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자칫 강등 당할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외인농사 대실패...구심점도 없어
 
올해 부산은 공격지표가 모두 최하위권이다. 승점은 24(5승9무18패)에 불과하고, 32경기에서 득점은 27점이다. 실점은 47점. 득실 마진은 -20에 이른다.
부산의 득점 순위는 대전과 공동 꼴찌다. 득점 순위 10위팀 광주는 29득점을 기록 중인데, 현재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20점대 득점을 기록한 건 부산, 대전, 광주 세 팀 뿐이다. 득점 1위 전북은 52득점이다. 부산의 거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부산은 최근 4~5시즌 동안 ‘화끈한 공격’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안익수 전 감독과 윤성효 전 감독이 거치는 동안 대형 스타급 선수들보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이 꾸려졌고,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춰 경기 운용을 했다.
 
그러나 그동안 근근히 버텨주던 수비마저 올 시즌 무너졌다. 단순히 수비력 문제도 아니다. 조직력과 팀 분위기까지 모든 게 무너졌다.

서호정 축구전문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말 부산 구단 수뇌부가 갑자기 바뀌었다. 윤성효 감독이 사퇴하기 전에 이미 코치진에도 갑작스런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부산은 올 시즌 초부터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올해 부산은 베테랑들이 대거 나간 상태에서 젊은 선수들도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마땅한 팀의 구심점도 없다. 게다가 외국인선수 농사에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팀이 와르르 무너진 이유다.

부산은 4월 열린 FA컵 32강전에서 강원FC(K리그 챌린지)에 일격을 당해 탈락,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7월에는 윤성효 전 감독이 시즌 도중 성적부진으로 사퇴하고 데니스 대행이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부산의 몰락은 오랜 프로축구팬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온다. 부산은 ‘대우 로얄스’ 시절이던 1983년부터 1997년까지 14년간 리그 우승 4회, 준우승 2회를 차지한 명문팀이다. 김주성, 안정환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보유해 구름관중을 몰고다니던 인기팀이었다.
그러나 2000년 현대산업개발이 대우축구단을 인수해 부산 아이파크로 이름을 바꿔단 이후 2005년 전기리그에서 우승한 것 외엔 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7년부터 3시즌간은 13위-12위-12위로 하위권을 전전했고, 올해는 강등 위기에 몰렸다.
 
팀 성적과 별개로, 부산 구단주는 한국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보직을 연이어 맡고 있다. 정몽규 부산 구단주는 2011년부터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았고, 2013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이 만일 내년 시즌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다면, 프로축구 역사상 강등되는 첫 기업구단으로 기록되며, 또한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를 맡은 팀이 강등되는 역사를 쓰게 된다.
 
선수단-프런트의 엇박자
 
올 시즌 부산의 불협화음은 경기장에서만 일어난 건 아니었다. 지난 시즌 부산 구단 수뇌부에 변동이 생긴 이후 신임 수뇌부에 대해 전임 코칭스태프 측의 불만이 자주 새어나왔다. 어느 한 쪽의 잘못이라기 보다, '안 되는 집의 소통부재'를 보여준 단면이었다.

대표적인 불협화음의 예가 올해 부산의 슬로건 ‘DSD 매직11’이다. D는 거리(distance), S는 슈팅(shooting), D는 골득실(goal differentiation)의 이니셜로, 속뜻은 ▶경기당 평균 11km 이상의 거리를 뛰고 ▶경기당 평균 11번 이상의 슈팅기회를 만들고 ▶골득실 +11 이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훌륭한 슬로건이지만, 윤성효 전 감독은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곤 했다. 부산의 팀 컬러가 수비축구인데 ‘경기당 슈팅 11개 이상’을 갑작스럽게 주문하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골득실 +11 이상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부산의 지난 시즌 득실은 -12). 게다가 부산은 올해 별다른 전력보강도 없었다. 공격에서 임상협이 입대하면서 마이너스만 생겼다. 이 슬로건이 프런트와 선수단의 소통 끝에 탄생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부산의 ‘DSD 매직11’ 슬로건은 시즌 최종순위 11위라는 결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는 전통의 명문팀이, 올해 야심차게 내건 슬로건과 전혀 다른 방향의 숫자 11을 맞춰가게 된 건, 어찌 보면 2015년 부산의 ‘웃픈’ 아이러니다.

kyong@xportsnews.com /사진=엑스포츠뉴스DB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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