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5개월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4월에는 염기훈(수원)이 활짝 웃었다면 이번에는 차두리(서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슈퍼매치를 대표하는 두 주장의 희비가 결과만큼 엇갈렸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가 서울의 3-0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아드리아노의 2골과 차두리의 1골을 묶은 서울은 전반에만 3골을 터뜨리면서 압도적인 승리를 따냈다.
슈퍼매치의 핵심은 양팀 주장이었다. 수원의 염기훈과 서울의 차두리는 경기 이틀 전 열린 사전 기자회견부터 입담 싸움을 펼쳤고 그라운드에서는 공교롭게 포지션 상 공격과 수비로 서로 앍히면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펼쳤다.
경기 전 관심은 오로지 염기훈에게 쏠렸다. 현재 통산 도움 68개로 신태용(현 A대표팀 코치)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라있는 염기훈은 내심 슈퍼매치에서 도움을 추가해 신기록을 작성하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염기훈은 "그동안 축구에 전념하지 못했다. 이제 재계약도 한 만큼 슈퍼매치에서 꼭 공격포인트를 달성하고 싶다"며 강한 각오를 내비쳤다.
자신감의 원천은 지난 4월 열린 빅버드(수원의 홈구장)에서의 슈퍼매치다. 당시 수원은 라이벌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서울을 일방적으로 몰아친 끝에 5-1로 대승을 거뒀다. 염기훈은 1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수원의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반면 차두리는 팀의 대패를 벤치에서 지켜봤다. 선발로 경기에 임했지만 전반을 다 마치기도 전에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나와야 했다. 차두리가 빠진 서울은 그라운드에서 흔들리는 분위기를 잡아줄 선수가 없었고 힘없이 무너졌다.
차두리로선 잊고 싶은 슈퍼매치였고 설욕을 다짐했다. 염기훈이 사전 기자회견서 최다도움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있자 "나는 (염)기훈이의 기록에 관심이 없다"는 말로 팀 승리를 정조준했다.
그리고 5개월이 흘러 이번에는 차두리가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염기훈과 홍철의 공격을 막는데 주력하던 차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수원의 왼쪽을 허무는 데 힘을 더했다. 경기 초반부터 특유의 치고 달리기를 앞세워 홍철의 오버래핑을 최소화시켰다.
기회는 곧바로 찾아왔다. 차두리는 전반 42분 상대의 패스미스를 틈타 볼을 가로챈 뒤 쏜살같이 문전으로 내달렸고 반대편 골문을 보고 정확하게 깔아차 골망을 흔들었다.
차두리는 득점 이후 기쁨의 세리머니를 통해 수원의 홈구장을 침묵으로 만들었고 주장으로 슈퍼매치 승리를 이끌며 완벽한 복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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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