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 항공사가 기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 게임물을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를 단속하고 지도해야할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가 사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관악갑)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항공기내 게임물 제공 관련 조사 결과’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전히 불법 게임물을 기내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홍 의원실이 입수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보낸 ‘등급미필 게임물 제공에 대한 시정요청’공문을 보면“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경우에는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으나 금회에 한하여 이를 유예한다”고 명시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항공사의 불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봐주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등급분류의 신청 기한을 ‘3근무일’로 한정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항공사가 직접 기한을 설정하거나, 2개월 이상의 시간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홍의원실 확인결과 대한항공은 39개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신청을 모두 완료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75개 게임물중 25개만 등급분류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게임산업진흥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임산업진흥법 제21조(등급분류)에 따르면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할 목적으로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는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게임산업진흥법 26조(게임제공업 등의 허가)를 추가로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게임제공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지자체장에게 허가를 받게 되어 있으나 두 항공사 모두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느슨한 대응이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게임물관리위원회가 중소 게임업체의 작은 잘못에는 재빠르게 행정처분, 형사고발에 나서더니 정작 대기업의 중대한 위법사항은 봐주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기홍 의원은“출범이후 성추행, 뇌물수수가 연달아 터지면서 큰 실망을 줬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기업 특혜 의혹까지 더해졌다”며“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재벌 항공사의 10년넘은 위법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면 특혜, 몰랐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vallen@xportsnews.com / 사진=유기홍 의원 트위터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