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이유를 따질 필요가 없다. 스퍼트를 내야할 상황이지, 혹사를 논할 때가 아니다."
혹사 논란은 올시즌 한화 이글스에게 내내 붙어있던 혹이었다. 시즌 막판, 김성근 감독은 이 논란에 정면 반박하면서까지 '총력전'을 내세웠다. 128경기를 치르는 동안 불안하게 나마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화였던 만큼, 시즌을 6위로 마무리하는 건 억울한 일이었다. 16경기 안에 남겨뒀던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승리'가 필요했다.
이렇게 막판스퍼트를 선언한 게 지난 9일. 아이러니 하게도 한화의 성적은 그 이후 곤두박질쳤다. 10일 잠실 LG전 1:8로 패하면서 7위로, 11일 대전 SK전에서도 1:8로 패하면서 8위로 내려앉았다. 경기 내용 자체도 좋지 않았다. 10일은 9이닝을 모두 지킨 소사를 상대로 4안타 1득점에 그쳤고, 11일은 8이닝을 지킨 김광현을 상대로 5안타 1득점에 그쳤다. 선발 투수를 공략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상대의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안겨준 셈이다.
반면 한화의 투수들은 바빴다. 이틀간 등판한 투수는 소사, 김광현, 윤길현 단 세 명. 한화에서는 총 11명의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은 문제가 없었다. 송창식은 7이닝 3실점, 탈보트는 6이닝 1실점으로 둘 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불펜이 문제였다. 거의 네 배에 가까운 투수가 마운드를 오르내리며 '벌떼 야구'를 펼쳤지만, 불펜에서만 총 11실점이 나왔다.
타선은 허덕이고, 불펜은 흔들렸다. 그 와중에 이젠 선발까지 제몫을 다해주지 못했다. 11일 SK전, 논란 속에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른 신인 김민우는 1이닝 4실점하며 무너졌고, 그러자 시즌 대부분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안영명이 구원으로 등판했다. 12일 롯데전에서는 배영수가 2⅔이닝 4실점으로 조기강판됐고, 보직파괴 없는 한화 마운드는 11점을 헌납했다.
맥을 끊는 플레이도 속출했다. 16일 KIA전에서는 권용관의 '클러치 에러'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7회말 2사 1,3루의 위기, 모두가 아웃카운트 하나만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유격수 권용관이 평범한 땅볼 타구를 놓쳤다. 분위기를 완전히 내준 한화는 8회 추가실점하며 패했다. 17일은 폭스의 '번트'가 찬물을 끼얹었다. 2회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폭스의 번트가 병살타가 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이후 주루사와 실책까지 이어지면서 더이상 반격의 여지는 없었다.
총력전을 꾀했던 8경기 한화의 성적은 2승 6패. 에이스 로저스를 냈던 13일 사직 롯데전, 상대의 실책과 폭투가 이어졌던 15일 광주 KIA전 이렇게 두 경기에서만 승리를 챙기는데 그쳤다. 이제 남은 경기는 11경기. 5위 롯데와의 2.5경기차를 따라잡기 위해서 연승은 필수적이다. 한화의 앞길에 먹구름이 가득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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