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어셈블리'는 지난해 방송 시상식을 휩쓸었던 '정도전'의 정현민 작가가 집필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많은 이들은 '어셈블리'를 '정도전'의 잣대로 바라봤지만,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 평가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
17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는 용접공에서 경제시의 국민당 국회의원이 된 진상필(정재영 분)이 겪는 정치 현실을 다뤘다. 그는 정치의 이해득실이 서로 얽힌 국회에서 홀로 국민을 위한 정치에 모든 힘을 쏟았다.
한국판 현대 정치를 그린 '어셈블리'에는 시작부터 의문표가 따라다녔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정치극을 섬세하게 다룰 수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반면,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국 정치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진상필은 '어셈블리'에서 '정치꾼'이 된 정치인들 속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는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소수의 정치인이 아닌 세상의 그늘진 곳에서 생활하는 다수의 국민을 향한 마음으로 의정 활동을 이어갔다.
'어셈블리'는 한국의 과거 정치 문제를 집요하게 꼬집은 작품은 아니었다. 작품의 무게와 초점이 미래를 향해있었다. 복잡하고 욕망이 가지친 '정치 공학'에서 재미를 추구하기보단 각박한 현실을 풀어낼 수 있는 정치를 다뤘다.
'앞을 내다보는 정치극'이라는 점에서 '어셈블리'는 '정도전'을 비롯한 기존 사극과 차별성을 뒀다. 사극은 역사를 바탕으로 재해석해 현실을 비추는 것과 달리 '어셈블리'는 정치와 권력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거칠지 않게 표현한 것이다.
'어셈블리'를 제작한 황인혁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시청자들이 '어셈블리'를 통해 정치에 대해 알게 되면 성공일 것 같다. 정치는 최고의 수단은 아니지만, 최적의 수단이다. 정치적 편견을 조금이라도 희석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어셈블리'를 다루면서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싸우는 정치인보다는 '정치가 현대 사회에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를 전달하려고 했다. 진상필을 비롯해 국회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인물을 그리면서 정치와 우리 삶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강병택 CP는 '어셈블리'에 대해 "정치의 비열함만 보여주기보다는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제작을 시작했다"면서 "정치를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제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어셈블리'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를 담은 것이다. 실직자와 파산자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배달수 법'이 입법되는 과정을 절차대로 드라마에 녹여낸 것도 제작진의 이러한 희망을 가늠하게 한 장면들이었다.
현실 정치와 동떨어져 있는 듯한 '어셈블리'는 진한 아쉬움도 남겼다. 시청자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진상필에 카타르시스를 느꼈지만, 뉴스 속 정치와 거리감이 있는 듯한 모습에 공허하다는 반응도 내놨다.
'동화 같은 정치'를 담은 '어셈블리'는 기대보다 낮은 평균 5,6% 시청률을 기록했다. 제작진은 뻔한 사랑 이야기를 쏙 뺀 정치극을 만들었지만, 많은 이들을 '어셈블리' 앞으로 끌어오진 못한 것이다.
'어셈블리'는 수목극 경쟁작과의 대결에서 흥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도전'의 잣대로 이 작품을 칼질하긴 어렵다. '어셈블리'는 처음부터 더 나은 미래의 정치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in999@xportsnews.com / 사진 = '어셈블리' ⓒ KBS 2TV 방송화면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