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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의 눈] 한화의 투수 혹사, 책임은 누가 지나

기사입력 2015.09.15 06:30 / 기사수정 2015.09.15 10:04

나유리 기자


우승은 모든 팀의 목표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는 승리를 위해 달린다. 승리가 목표가 아닌 팀, 선수는 프로의 자격이 없다. 

그렇지만 승리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한화 이글스 투수진의 '혹사' 논란은 시즌 내내 논쟁거리다. 경기를 이기기 위한 운영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권한이다. 하지만 선수를 무리해서 쓰는 것은 승리를 위해 가는 바른 길이 아니다. 

선수를 무리해서 쓰면 그 선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라도 다음 해에는, 그 다음 해에는? 

예전 이야기를 하고 싶다. 태평양에 박정현이라는 투수가 있었다. 박정현은 김성근 감독 재임 시절이었던 90년대 초반 선발, 중간, 마무리 할 것 없이 등판했고, 혹사 여파로 5~6년을 쉬었다. 그리고 99년 쌍방울에서 124이닝을 던지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는듯 했으나 마지막 불꽃이었다. 신윤호 역시 김성근 감독이 LG 지휘봉을 맡았던 당시 100이닝이 훨씬 이닝을 던졌고, 김현욱, 전병두 등 여러 투수들의 얼굴이 스친다. 

그 선수들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전병두는 이미 몇 년째 오랜 재활 중이고, 나머지 선수들도 혹사 여파로 선수 생활이 순탄치 못했다. 

한국시리즈 같은 특수한 경기에서는 보직 파괴가 가능하다. '단기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는 100경기가 훨씬 넘는 장기전이다.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오늘 던지고, 내일 또 던지고, 그 다음 날도 던지는 것은 바람직한 운용이 아니다. 현대야구가 달리 '현대'야구가 아니다. 혹사의 후유증은 얼마나 갈 것이며 그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질 것인가. 

이미 권혁, 송창식은 시즌 100이닝을 돌파했고, 안영명과 송은범 등 한화의 투수들은 대부분 정확한 보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60년대, 70년대 일본에서는 야구를 그렇게 했다. 투수들이 마땅한 보직이 정해지지 않고 '그날 그날'에 맞춰 등판했다. 그래서 결국 일본프로야구도 투수 관리가 체계화되지 않았나. 현재 주니치의 야마모토 마사도 "50살이 될 때까지 현역 생활을 할 수 있는 비결은 투구수 관리"라고 말했다. 직설적으로 말해 한화의 야구는 60년대 일본의 야구와 비슷한 셈이다.

이런 운영으로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선수들은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할 수 없다. "괜찮다"고 말하는게 최선이다. 이런 방식으로 좋은 성적이 나면, 선수들은 차차 사라지고 '좋았던 성적'만 기억에 남는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의 몫이다.

고양이의 목에 누가 방울을 걸 것인가.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한화는 16일 경기 선발로 김민우를 예고했다. 김민우는 9월 들어 2일과 4일에 구원 등판했고 이틀 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을 던졌다. 사흘 후 구원 등판한 후 그 다음날 또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15일 선발 등판까지 김민우는 3일을 쉬었다. 

엑스포츠뉴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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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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