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품안으로 힘껏 끌어모아도 모래알처럼 흘러내린다. 한화 이글스가 진짜 고비를 만났다.
한화는 10일과 11일 양일간 홈 대전에서 열렸던 SK 와이번스와의 2연전에서 모두 패했다. 최근 4연패다. 잠실에서 LG에게 2경기를 내주고 와서 안방에서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 지난 주말 두산과의 2연전을 모두 쓸어담았을 때까지만 해도 5위 경쟁의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듯 보였다. 하지만 11일 경기까지 패하고 나니 8위까지 미끌어졌다.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의 한화 야구는 마치 마약처럼 중독성 있는 야구로 불렸다. "이기는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던 김 감독의 말대로 한화 선수들은 지난해, 그 지난해, 그전 지난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승수를 쌓았다. 사실 지난해 최하위 팀이 시즌 중반까지 4~5위권을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로 한화팬들에게는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20번이 넘는 홈 경기 매진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한화를 지탱했던 기둥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일단 투수 운용이 완전히 꼬였다. 현재 한화의 확실한 선발 로테이션은 오직 김성근 감독만 알고 있다. 매일 경기를 앞두고 선발을 예고하면 "누구?"라고 되묻는 일이 생긴다. 투수들의 보직이 허물어지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선발과 불펜을 운영하고 있다. 확실한 카드는 로저스와 탈보트 뿐이지만, 두 사람 역시 정확히 며칠 휴식 후 등판하는지는 미리 계산하기 어렵다.
최근 4연패 과정에서도 파격적인 선발 로테이션이 한 몫 했다. 김성근 감독은 송창식, 김민우, 안영명 등 선발 요원들을 예측하기 어렵게 기용하고 있다. 특히 송창식은 최근 급격히 나빠진 성적이 과부화를 설명한다.
8월부터 선발 등판 횟수가 잦아진 송창식은 9월들어 총 6번 등판했다. 1일 KIA전부터 3일 넥센전까지는 3일 연속 구원 등판했고, 3연투 이틀 후인 5일 두산전에서는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쳐 선발승까지 챙겼다.
두산전 호투가 발판이 돼서 송창식은 3일 휴식 후 9일 LG전에 또다시 선발로 나섰지만, 이번에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1이닝 동안 8명의 타자를 상대해 4피안타(2홈런) 3실점 패전 투수. 그리고 이틀 후인 11일 SK전에서는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송창식은 이날 1이닝을 추가하면서 시즌 100이닝을 채웠다. 선발과 불펜을 오간 선수 임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이닝이다. 타팀 투수들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이다. 송창식보다 더 많이 선발로 등판한 임준혁(KIA), 손민한(NC), 스튜어트(NC) 등도 100이닝은 채우지 못했다.
'루키'로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김민우도 최근 부쩍 등판이 잦아졌다. 2일과 4일 두차례 불펜으로 출동해 합계 6이닝을 소화했고, 이틀 후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4일 후인 10일 SK전에서는 중간 계투로 깜짝 등판해 아웃카운트 한개만 잡고 물러났고, 바로 다음날 선발로 나섰지만 1이닝 4실점으로 강판됐다.
'무리'로 보이는 투수 운용도, 경기 결과가 승리로 이어졌다면 또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투수들이 지쳐있는 가운데, 침체된 타선 역시 승리로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든다. 윤규진 정도를 제외하고는 마땅히 2군에서 충원해올 선수도 없다는게 문제다.
한화는 12일부터 부산 사직에서 롯데와 맞붙는다. 8위까지 밀려나긴 했지만 1.5경기 차다. 날씨가 변수인 가운데 13일에는 로저스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놓인 한화. 진짜 고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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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