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아이돌 수명 5년'이란 가요계 속설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그 중심에는 아이돌 2세대로 꼽히는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가 있다. 지난 2007년 나란히 데뷔한 세 팀은 올해로 데뷔 9년차를 맞았다. 걸그룹 붐을 이끌었던 이들은 오랜 해외 활동과 멤버 교체라는 변수를 극복하고 후배 걸그룹 못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2007년 데뷔한 이후 '텔 미' '쏘 핫' '노바디' 등 연이은 메가 히트곡을 쏟아낸 원더걸스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팀이다. 선예 현아 소희 선미 예은 5인 체제로 데뷔한 뒤 수차례 멤버 변화를 거쳤고, '노바디'의 열풍이 끝나기도 전에 과감히 미국 진출에 나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모두들 '원더걸스는 끝'이라고 말했지만 원더걸스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2015년 우뚝 서는데 성공했다. 원더걸스를 지탱한 것은 '음악의 힘'이었다. '걸밴드'로의 파격 변신을 선언하며 컴백 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급의 음악으로 호평을 받았다.
카라 역시 원더걸스 못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박규리, 한승연, 니콜, 김성희 등 4인조 걸그룹으로 시작한 카라는 김성희 탈퇴, 구하라-강지영의 영입으로 전성기를 누렸으나 니콜과 강지영이 잇따라 탈퇴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수차례 팀 해체설에 휘말리던 카라는 지난해 새 멤버 허영지를 야심차게 영입, 지난해 8월 '맘마미아'를 발표했다. 허영지 영입은 카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카라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4인조 체제를 확립했다.
반면 소녀시대는 데뷔 9년 이래 꾸준히 최정상 걸그룹의 자리를 지키며 비교적 순탄하게 활동해왔다. 지난해 제시카가 팀을 떠나며 타격을 입는듯 했지만, 컴백과 함께 트로피를 휩쓸며 여전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과거 정상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쳤던 세팀은 지금은 경쟁상대를 넘어 훈훈한 우정을 자랑하고있다. 소녀시대는 원더걸스와 함께한 V앱 생방송에서 "우리는 원더걸스가 컴백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했다. 티저도 다 챙겨봤고, 원더걸스가 있어 든든하다"라고 기뻐했다. 원더걸스도 "음악방송에 가면 다 후배들이라 어색하기도 한데 소녀시대가 있어서 좋다"라고 전했다. 카라 한승연은 최근 엑스포츠뉴스에 "훗날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가 한 무대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특별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를 단순히 장수아이돌로서 그 가치를 평가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들을 주축으로 해 본격적인 신한류의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 2010년 일본 데뷔한 카라는 일본 데뷔 3년 만에 '한국 여성가수 최초'라는 타이틀로 도쿄돔에 입성하며 일본에서의 인기를 증명했다. 소녀시대 역시 일본 정규앨범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등 카라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아직까지 일본에서 카라와 소녀시대의 아성을 위협하는 K-pop 걸그룹은 없다.
과거에는 아이돌 그룹 자체도 수명이 길지 않았다. 조금 인기를 얻게 되면 어김없이 그룹에 문제가 생기거나 해체해 버리는 식이었다. 개인 활동도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돌 멤버의 개인활동은 당연한 것이 됐으며 멤버 교체에 대한 인식 역시 예전보다 부정적이지 않다. 과거 아이돌을 자사 상품으로만 여겼던 소속사들의 관점도 바뀌었다. 서로 '윈-윈'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새로운 물결이 과거 물결을 밀어내는 것이 연예계의 불문율이라지만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는 오랜기간 명맥과 인기를 유지하면서 '아이돌 시대의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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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