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천수가 보는 이승우와 지난 유럽 생활, 그리고 대표팀
[엑스포츠뉴스=인천, 김형민 기자] 요즘 이천수(34)는 유독 이승우(17)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렸을 적 패기 넘치던 모습이 닮았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있으니 이천수가 이승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이승우에 대한 질문부터 꺼내자 이천수는 웃음부터 보였다. "며칠 전에 택시를 탔다가 기사 아저씨도 내게 이승우 대해서 이야기하시더라"면서 "성격적인 질문도 많이 받는다. 어릴 때와 비슷하다고들 하시는데 나는 잘 기억이 안나서 어머니께 비디오 좀 보여달라고도 그런다"고 일화도 밝혔다.
개성의 표현이 강한 이승우을 잘 이해하면서도 이천수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 몇가지를 달았다. 이승우가 성장하면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선배의 특별한 메시지였다. 이승우에 대한 이야기 뿐만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남달랐던 유럽 도전과 최근 대표팀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럽에서 생활, 외롭고 답답했다
유럽에서 뛰던 시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천수가 가장 먼저 말한 내용은 "외롭고 답답했다"는 것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신화를 만들어낸 후 그 멤버들은 각자 유럽으로의 이적이 활발히 이뤄졌다. 같은 시기 이천수도 그에 포함됐다. 2003년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하면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발을 내딛었다. 이후 2004년에는 누만시아, 2007년에는 네덜란드 페에노르트에서 뛰었지만 모두 1년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항상 활기차고 말도 많고 붙임성도 많아보였던 이천수가 적응이 힘들어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믿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천수는 자신의 진짜 내면의 성격이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눈으로만 보던 그의 모습과는 다른 이천수가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천수 "유럽에서는 외로워서 못하겠더라. 나보다 축구도 잘하고 외롭기도 하고 말도 안 통하고 답답했다. 나는 내가 못했다고 인정한다. 내 실력이 부족하고 그러한 부분도 있었다. 생활을 잘해야지 운동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보이는 성격과 이천수 안에 있는 성격은 또 다를 수 있고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말을 항상 자신있게 하는 바깥의 성격과 달리 자기만의 성격이 있는데 뒤에 있는 것이 내 진짜 성격이었다. 언어를 배우려고도 많은 노력을 했었지만 외로움이 컸다. 평소에 동료들과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는 부분이 힘들었다. 운동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져서 집에 가고 혼자서 시가늘 보내고 하는 것이 외로웠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이천수는 유럽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확실하게 조언한다. 언어를 먼저 배우라고. 이 문제가 해결되면 축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 기성용 등은 미리 영어를 배우고 유럽에 진출해 승승장구했다. 어린 선수들은 미리부터 유럽 리그에서 축구를 배우면서 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 이천수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에게도 이러한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 한마디 해주는 분이 있었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도 보였다.
이천수 "그때는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누가 한번이라도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가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과거의 선배들보다 더 많은 기회들이 열렸다. 우리보다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나가는 것은 동서양의 피부나 색에 아무런 편견이 없을 때로 그때부터 같이 뛰고 축구를 잘하면 도움이 된다. 보다 늦게 가면 언어도 터득해야 하고 축구도 해야 하고 상대 선수들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가게 되면 적응 면에서는 더 빨리 할 수 있어 좋다."
이승우의 핑크 염색에도 조건이 필요하다
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은 이승우의 성장에 열광하고 찬사를 보낸다. 그만이 가진 독특한 자기표현도 이제는 익숙하다. 때마침 이천수와 만나기 하루 전, 파주에서는 17세이하 대표팀이 소집됐다. 이승우는 머리를 '핫핑크'로 염색하고 나타났다. 모두가 예상했듯이 다들 그에게 시선이 향했다. 훈련을 하고 연습경기를 할 때 그라운드 위에서는 이승우의 모습만 보일 터였다.
이승우의 사진을 보여주자 이천수는 "나도 예전에 비슷하게 염색을 했다. 나는 처음 염색을 하게 된 것이 부모님이 경기장에서 나를 잘 알아볼 수 있으시게끔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염색하면 이천수도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다양한 머리들이 등장했다. 한일전을 앞두고 '한쪽을 빨갛게 물들이고 가운데 물결 모양을 넣는 '태극 머리'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을 들여 염색을 하는 일도 대단한 것이다. 이런 색깔은 5시간 정도 걸렸을 것"이라고 말하던 이천수는 진지하게 이내 이승우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지금의 좋은 환경과 여러 조건들은 매우 좋다. 단지 그만의 표현법에는 따라야 하는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지나친 관심을 줄이는 일이다. 이는 주변에서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다.
이천수 "좋은 팀(FC바르셀로나)에서 밝고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언론들이 내버려둘 때는 내버려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심분야에서 잘하니까 관심을 둘 수는 있겠지만 그런 관심이 오히려 이승우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축구 외적으로 의식하다보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분명히 축구를 하다보면 힘든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배포를 길러야 한다."
둘째는 그라운드 밖에서의 행동이다. 이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천수 "자기 표현을 하지 말라고 하면 더 운동이 안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심판에게 퇴장을 당할 정도로 나쁜 것이 아니라면 괜찮은 것이다. 단, 이승우의 행동이 다른 선수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나도 그랬다. 어렸을 때는 나만 알았다. 이제 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놓고 그때 불편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같이 뛰는 친구들이 없다면 이승우도 없다. 리오넬 메시도 마찬가지다. 축구는 11명이 모여야 비로소 이뤄지는 스포츠고 함께 뛰는 동료가 불편해하면 안된다.
그라운드 밖에서 잘하면 된다. 친구들에게 잘 이야기해야 한다. 패스를 못해줬다면 '야 내가 아까 미안했다. 나도 안 그러려는데 잘 안됐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라고 말하면 다들 이해한다. 그런 부분을 배우면 앞으로 좋을 것 같다."
셋째는 책임감이다. 염색을 하면 그에 따른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천수 "염색은 자신만의 개성이고 참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자기 경기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경기장에서 보면 이승우만 보일 것이다. 요즘 관중분들은 축구를 보실 줄 아니까 보고 선수가 움직이고 잘 안 움직이는 것까지 보인다. 그러다 마음에 안 드시면 비난의 화살을 날리신다. 이승우가 튀는 염색을 한 만큼 그만큼 팀을 위해 많이 뛰고 희생한다고 좋게 해석할 수 있다. 누구보다 튀는 염색이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대표팀, 무게감과 색깔이 필요하다
K리그만큼 이천수에 대한 기억은 대표팀에서도 많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2002년과 2006년 두 번의 월드컵에 나섰고 득점도 기록했다. 독일에서 벌어졌던 2006년 월드컵 조별리그 토고전에서 그림 같은 오른발 프리킥 골은 아직도 축구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오랜시간 대표팀을 경험했던 이천수의 눈에는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동향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다. 좋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아쉬움도 밝혔다. 대표팀에 무게감과 색깔이 아직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천수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이 오셔서 다음 월드컵까지 장기 플랜을 짜고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었다는 점은 잘된 것 같다. 결국은 최종 목표는 월드컵이다. 그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린 선수들을 선발하고 기회를 준다는 부분은 굉장히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내가 처음 대표팀에 들어갈 당시에는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솔직히 지금은 무게감이 옛날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 일부 선수들은 몇경기를 잘하면 넣고 못하면 빼고가 반복된다. 예전에는 한번 대표팀이 되면 잘하기도 해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 그 결과까지 오기가 매우 힘들었다."
최근 대표팀은 많은 선수들이 자주 바뀌었다. 돌아보면 매번 대표팀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이렇다보니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면 확실한 주전이 없다는 인상도 받았다. 모든 선수들에게 대표팀의 문이 열려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주기 위한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로는 그대로 전체적인 틀을 구성하는 고정 멤버가 지금 이 시점에서는 많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올 법도 했다. 이천수는 대표팀을 경험했던 입장에서 그런 점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이었다.
이천수 "슈틸리케 감독님이 오시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어느 정도 색깔을 내야 되는데 아직은 그런 면이 부족한 것 같다. 그동안 아시아 약팀들과 많이 경기를 했다. 원정을 가서 강팀들과도 경기를 해봐야 될 것 같다. 좋은 선수들이 많고 이들을 조합하면 무언가 색깔이 나올 것도 같은데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분명히 슈틸리케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것이 있을 것이다. 충분히 선수들을 실험해본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칼라는 이제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어느 정도 시점에 되면 색깔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도 된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이승우와 이천수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대한축구협회,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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