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볕이 잘 들고 풍성한 토양. 초목의 눈이 틔기 위한 조건은 간단하지만, 그리 흔치는 않다. 작은 씨앗에 수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어도 여건이 맞아야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배우 채수빈(21)은 데뷔 2년 만에 KBS 주말극의 주인공을 꿰찼다. 좋은 환경 속에서 이제 운을 실력으로 바꿀 채비를 마쳤다.
채수빈은 지난 9일 종영한 KBS 2TV '파랑새의 집'에서 한은수 역을 맡았다. 김지완(이준혁 분)의 이복동생으로,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인물이다. 복잡한 가족사 속에서 장현도(이상엽)와 이별할 수밖에 없었지만, 마지막에 다시 그와 재회했다.
"작품이 끝나니 시원섭섭해요. 시원한 것보다는 섭섭한 마음이 더 크네요. 한은수로 반년 동안 살다가 나로 돌아오니까 이별한 느낌이에요. 마음이 공허하죠. 작품을 하면서 선배님과 스태프분들에게 도움을 받아 잘해왔던 것 같아요."
건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채수빈은 연극 무대의 스태프와 배우로 활동하면서 연기에 발을 디뎠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아직도 낯설다. 방송 촬영 경험이 충분하지 않던 상황에서 '파랑새의 집'을 촬영했다.
"큰 역할을 맡아서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선배님들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부담감이 즐거움으로 바뀌었어요. 저 혼자 화면에 담길 때도 최명길 선배님께서 감정을 잡도록 도와주셨죠."
드라마 영화 등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알린 채수빈에게 '파랑새의 집'은 첫 주연 작품이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인간' 채수빈과 '배우' 채수빈 모두가 성장했다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촬영 후 드라마를 보면 제 연기의 단점과 고쳐야 하는 부분만 보였어요. 현도(이상엽) 오빠와 이별 전 마지막 쇼핑을 하는 장면이 특히 아쉽죠. 감독님의 디렉팅을 듣고 감정이 올라와서 조절했지만, 막상 촬영 때 느낀 것만큼 표현하지 못했어요."
'파랑새의 집' 마지막 장면은 박행숙(방은희)의 결혼식으로 끝을 맺는다. 이 자리에 갈등을 겪었던 주인공들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이별했던 한은수와 장현도 역시 결혼식 가족 웨딩 사진을 찍으면서 눈을 맞췄다.
"저의 '파랑새의 집' 첫 촬영이 장현도와 처음 만나 '안녕하세요. 지완 오빠 동생 한은수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어요. 마지막 촬영도 장현도에게 똑같은 대사를 하는 것이었죠. 마음이 몽글몽글했어요. 첫 촬영 때의 나와 은수, 마지막의 나와 은수가 비교되면서 울컥했습니다."
작품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이름을 알린 채수빈은 특정한 역할보다는 폭넓은 연기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스릴러 로맨스부터 악역과 철없는 역할까지. 그의 목소리에는 앞을 향한 설렌 떨림이 가득했다.
"연기하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배우'라는 것을 접하지 못하고 준비만 했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 듯해요. 무대에 서는 짜릿함을 맛봤죠. 내가 표현한 감정을 보는 이들도 교감하고,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매력인 것 같아요."
in999@xportsnews.com / 사진 = 채수빈 ⓒ 김한준 기자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