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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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지금 이 순간도 조금씩 깊고 넓어진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5.08.22 07:00 / 기사수정 2015.08.21 23:30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데뷔 25년차 배우에게도 '한계'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하는 순간이 존재했다. 전도연에게는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이 그랬다. 하지만 이 역시 그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기 위한 순간 중 하나였다.

'협녀, 칼의 기억'에서 전도연은 대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유백(이병헌 분)을 향한 증오로 평생을 고뇌 속에 사는 월소를 연기했다. 월소는 맹인 검객이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액션 연기와 더불어 이에 따른 감정 연기까지 선보여야 했기에 전도연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더욱 컸다.

'협녀, 칼의 기억'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제가 너무 (힘들다고) 엄살 부렸나요"라며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어 "평소 운동신경이 좀 있어서 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거와는 또 다른 몸치더라. 무협액션이라는 게 춤을 추는 것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함이 있는 고전무용과도 닮아있는 것 같아 고전무용까지 배웠는데, 그래도 어려웠다"며 쉽지 않았던 촬영 과정을 전했다.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통해 사극을 경험해 본 그지만, 사극에 '무협'이 더해진 이번 작품은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이전에도 사극을 찍어봤지만 대사 톤도 그렇고,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협 사극'이지 않나. 카메라의 눈속임이나 CG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짜 플라스틱 검을 들면 그 티가 나서 정말 실제 장검을 들고 액션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도 3개월만으로 극복이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맹인 설정 상 눈을 깜박이면 안 된다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숙제 중 하나였다. 전도연은 "눈을 깜박이지 않고 버티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다. 사실 촬영하고 모니터를 했을 때는 영상미가 예뻐서, 현장에서는 만족도가 높았다. 내 부족한 부분도 커버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큰 화면에서 보니 그건 내 바람일 뿐이었던 거다. 그건 내가 깜박이지 않으려고 해도 되지 않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어떤 한계를 느꼈던 것 같다. 욕심대로 더 집요하게, 천천히 찍고자 했지만 시간적인 제한도 있었고 그런 부분에 있어 타협을 하면서 찍었다는 점이 마음이 많이 속상했다"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연신 아쉬운 점을 곱씹는 전도연이었지만, 실제 스크린 속에서 그는 유려한 액션으로 월소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그리고 "훨씬 더 집요하게 연습했어야 한다"는 전도연의 말에서 연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철저한 그의 확고한 생각도 함께 엿보였다. 박흥식 감독이 '협녀, 칼의 기억'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이 작품은 꼭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온 그였다.

전도연은 "감독님이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월소와 유백의 그 감정들이 정말 강렬했다. 그런 휘몰아치는 감정을 느끼기까지 그녀에게 남아있는 게 무엇일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또 맹인이기 때문에 격한 신일수록 그 감정을 좀 더 안으로 꺼내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선 나의 부족한 부분이 너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그런 점도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전도연이 2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함께 했다. 그는 "평소에도 인정할 건 바로 바로 인정한다. 인정도 빠르고 포기도 빠르다"며 웃은 뒤 "영화를 예로 들어도 연기나 흥행적인 부분에서도 속상함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해서 괴로워하고 그 감정을 오래 갖고 가지는 않는다"고 설명을 이었다.

돌이켜보면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 해왔었다. '카메라 앞에 보여지는 모습이 가장 예뻐야 한다'는 생각도 크게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았었다. 그런 생각들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민낯을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모습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금의 나는 예뻐 보였으면 좋겠다"며 다시 한 번 호탕한 웃음을 내보인 전도연은 "연기에 있어서도 내가 얼마만큼 성장하고 연기적 폭이 얼마나 넓어졌나 하는 것들을 항상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 인물에 적합한 모습이라면 아예 내려놓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며 자신이 마음먹고 있는 바에 대해 털어놓았다.

전도연은 하반기 영화 '남과 여'로 다시 한 번 관객과 마주할 예정이다. 상반기 '무뢰한'과 이번 '협녀, 칼의 기억'에 이은 바쁜 행보다. 드라마든 영화든, 마음에 맞는 작품을 만나면 언제든 새로운 모습에 도전하겠다는 마음 역시 변함없다.

"이제는 인간적으로, 또 배우로 조금씩 달라지고 작품을 통해서도 성장한다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한 전도연. 지금 이 순간도 그는 그렇게 조금씩, 꾸준히 깊고 넓어지고 있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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