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한화 이글스에 확실한 1선발이 생겼다. 에스밀 로저스(30)가 등판하는 날마다 1승씩이 쌓였다. 하지만 로저스가 거둔 승리는 1승 그 이상의 효과를 불러왔다.
로저스는 한국 무대에서 두 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가졌다. 이 두 경기에서 모두 제손으로 경기를 끝낸 로저스였다. 첫 번째 6일 LG전에서는 9이닝 1실점 '완투승', 두 번째 11일 kt전에서는 9이닝 0실점 '완봉승'을 기록했다. 평속 150km의 제구되는 투수가 4일 로테이션을 돌아도 지친 기색이 없으니, 한화에겐 복덩이가 굴러들어온 것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복덩이는 '넝굴째' 굴러들어왔다. 로저스가 확실한 '이닝이터' 역할을 해주면서 필승조 운용에 훨씬 여유가 생긴 덕이다. 시즌 초부터 한화 불펜은 '혹사 논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한화가 총 102개 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건 고작 21번. 대부분 선발 투수들이 조기 강판되면서, 조기 등판해야했던 필승조에 과부하가 걸렸다. 하지만 11일 kt전, 불펜에서 몸을 푼 필승조은 윤규진뿐이었다. 박정진과 권혁은 모두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선발 로저스의 투구를 지켜봤다.
필승조의 부하가 줄어들면, 한화의 전력은 크게 상승하게 된다. 필승조가 투수진의 핵심이 되는 팀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무너진 선발진의 구멍을 강력한 불펜진이 매워왔다. 박-윤-권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추가실점을 막아 반격의 기회를 마련해주면, 타선은 득점을 만들어내는 게 주된 승리 공식이었다. 최근 이런 불펜이 지쳐가면서 한화에 위기가 찾아왔던 바 있다. 이제 선발 로저스가 로테이션을 지켜가며 안정적으로 이닝을 먹어주면, 필승조가 3~4경기 이상 연투를 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다. 11일 kt전 한화의 필승조는 하루의 휴식을 취했다. 12일 kt전 선발 송은범이 일찍 무너진다고 해도 박-윤-권 모두를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연패 확률은 낮아지고, 연승 확률은 높아지는 셈이다
타선에도 호재였다. 8월 들어 한화의 방망이가 주춤해졌다. 장타율과 득점권 타율이 모두 리그 꼴지인 반면, 병살타와 잔루는 리그 선두다. 로저스가 등판했던 경기에서도 타선은 4득점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적은 실점으로 경기를 틀어 막으면서 적은 득점으로도 승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빈타로 득점이 쉽지 않는 상황, 로저스의 선발 야구로 한화는 새로운 승리 공식을 추가했다.
한화 전체적으로도 확실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1일 핵심전력이었던 이용규가 종아리 사구로 부상을 당하면서 침체가 시작됐다. 이후 1~5일 내내 내리 4연패를 기록했고, 이 패배가 모두 5위를 가시권에 두고 있는 KIA와 SK를 상대로 당한 싹쓸이패인 만큼 출혈도 컸다. SK에 6위를 넘겨줬을 뿐 아니라, 한화의 후반기 자체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하지만 6일 로저스가 이끈 승리로 한화는 5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11일 kt전승리로 3연승을 이어가며, 12일 한화는 시즌 7번째 4연승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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