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제일 잘 치는 타자가 4번 타자다."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의 말처럼, 롯데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는 4번에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30)의 이야기다.
전반기 내내 롯데의 '4번 타자' 실험은 계속됐다. 사실 타율과 홈런만 따지면 4번감은 강민호였다.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무리수라는 판단이 섰다. 최준석이 그나마 붙박이 4번 노릇을 해왔지만, 선구안에 비해 클러치 능력이 아쉬웠다. 최다 타점을 기록한 황재균은 4번으로 나서자 급격히 부진해졌고, 결국 복귀한 손아섭이 4번으로 나서봤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롯데의 돌려막기는 결국 막을 내렸다. 후반기 롯데의 붙박이 4번 타자는 아두치로 낙점됐다. 최근 아두치의 페이스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9일) 아두치의 타율은 3할8리. 롯데의 강타선 안에서도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는 사나이다. OPS 0.951로 팀내 2위, 득점권타율 3할7푼5리로 팀내 1위를 차지했다. 74타점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타점도 쓸어담았다.
전반기 퇴출설이 나올 만큼 부진했던 아두치였다. 4-5-6월 타율이 2할8푼1리-2할9푼3리-2할5푼6리, 6월까지 시즌 타율이 2할8푼4리에 그쳤다. 하지만 7월부터 급격히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7월 한 달 3할6푼을 치며 3할 타자로 올라섰고, 전체 20홈런 중 9개를 7월에 때려내며 26타점까지 기록했다. 7월의 활약 덕분에 롯데는 지난 24일 아두치를 1번 리드오프에서 4번 클린업으로 배치했다.
4번 타자로 출전한 14경기 동안 아두치는 타율 3할9푼2리 17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 2일 20홈런에 20도루까지 완성하며 구단 최촐로 20-20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호타준족의 진면모는 8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잘 드러났다. 팀은 비록 4-6 역전패를 당했지만, 이날 내야안타-2루타-단타-볼넷이라는 다양한 루트로 전타석 출루에 성공했다. 특히 첫타석 4번타자가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를 대 빠른 발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던 건 아두치이니 가능한 장면이었다.
많은 타자들이 4번 자리를 거쳐갔지만 이젠 확실한 주인이 생겼다. 시즌초부터 4번 자리의 부담은 폭탄돌리기처럼 이어져왔지만, 아두치는 그 폭탄을 품어 자신의 화력을 더했다. 길었던 롯데의 4번 고민은 이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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