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다 해먹고 싶다." 스물한 살 어린 숙녀의 출사표. 이후 인터넷엔 그를 향한 몇몇 이들의 악성 댓글이 난무했다. 그들에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고진영은 2일 스코틀랜드 사우스에어셔 턴베리 아일사코스에서 끝난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선두 박인비에게 3타 모자란 준우승을 차지했다.
처음 참가한 세계 무대에서 거둔 뛰어난 성적. 준우승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실 고진영은 참가 신청서 기한 당일까지 이번 대회 출전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 참가 요건을 갖췄던 LPGA 메이저대회 KPMG, US위민스오픈도 모두 건너뛰었다. 주변에선 고진영의 행보에 의아해했다.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로 아직 '내실'을 더 다져야 한다는 것. 올해 초 "다 해먹고 싶다"라는 말을 내뱉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다. 대회장에서 LPGA 진출 이야기가 나와도 가장 먼저 손사래를 치며 "아직 멀었다"고 강조한 그였다.
이후 온갖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고진영은 한창 부상으로 고생하던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당시 "그저 21살 소녀의 당당한 출사표로 생각해 줄 줄 알았다.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 건방져 보이려 하지도 않았다. 지금 해명해봤자 아무 소용 없을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행히 내 발언에 대한 의도와 진심을 알고 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간 홀로 삭혔던 마음고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두번째, 국내에 기반을 둔 '메인스폰서'에 대한 배려였다. 현재 고진영의 메인스폰서인 '넵스'는 박성현 등을 후원해주는 국내 가구업체다. 최대한 많은 국내 대회에 참가해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스폰서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주 KLPGA의 전반기 일정이 모두 끝나면서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기간 공백기가 생겼고, 주변의 설득 끝에 '경험' 삼아 대회에 참가했다. 만약 지난 KPMG와 US위민스오픈처럼 국내 대회가 겹쳤다면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브리티시오픈 출전 의사를 참가 직전에 언론에 알린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결과는 준우승. 성공적인 데뷔전으로 세계 골프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고진영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
대회를 마친 후 고진영은 "우승을 못했지만 충분히 좋은 경험을 쌓았고 내 골프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론 행복한 골프를 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시즌까진 LPGA Q스쿨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 올해 랭킹을 올려 내년에는 세계랭킹과 KLPGA 상금순위 상위랭커 자격으로 LPGA대회를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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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