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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의 완장에는 사람을 바꾸는 마법이 있다

기사입력 2015.08.03 08:23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언제부터였을까. 축구대표팀의 주장 완장이 넘겨질 때마다 그 사람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주장의 역할과 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당시에는 주장 완장을 찼다가 해서 그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완장이 갖는 매력과 그 사람의 변화를 이끄는 힘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동아시안컵 1차전 경기에서 홈팀 중국을 2-0으로 제압하고 첫 승을 챙겼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김영권을 주장으로 앞세워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중국전도 주장 완장을 찬 김영권의 효과를 본 경기였다. 김영권은 김주영 등과 함께 탄탄한 수비력을 보이면서 중국의 공세로부터 김승규 골키퍼와 골문을 지켜냈다.

수비 외에도 김영권이 해야 할 일들은 많았다. 팀의 점유율을 높이고 공격을 풀어가는 출발점도 됐다. 빌드업과 패싱력도 갖추고 있는 김영권은 공을 안전하고 정확한 지점으로 연결하면서 공격진까지 공이 배달되는데 힘을 보탰고 전체적으로 한국이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더운 날씨 속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김영권은 큰 목소리로 외치면서 주변 선수들을 다독였다. 전반 중반에는 왼발로 이재성을 향해 길게 패스한 공이 그대로 골라인 밖으로 나가자 미안하다는 신호고 팔을 들어올리는 소통의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불과 1년전 김영권은 아쉬웠던 브라질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비판을 받아야 했다.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당시 대표팀에서 김영권은 홍정호와 함께 느슨한 중앙 수비를 보여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아픈 기억은 이제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올해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중앙 수비수로 나선 그는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을 어느정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는 주장 완장이 주는 책임감을 안고 그라운드에 나서게 됐다. 완장은 김영권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주고 있다. 공격수 이정협은 "(김)영권이형이 못보던 카리스마를 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말이 많고 장난도 많이 치던 김영권이 주장 완장을 차자 의젓한 주장으로서 이전에는 보지 못한 카리스마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은 선수들이 중국전을 준비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어줬다. 또한 경기를 할 때 마인드컨트롤에 대한 부분도 김영권이 선수들에게 자주 말해주고 있다. 이렇다보니 파주나 공항을 통해 우한으로 들어올 때, 훈련 때도 선수들은 "(김)영권이형"이라고 부르며 따르고 있다. 김영권 역시 딱딱한 캡틴보다는 스스럼 없이 선수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주장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김영권의 주장 활약에 만족해하고 있다. 중국전이 끝난 후 슈틸리케 감독은 "김영권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로 주장 역할도 아주 잘 수행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영권 역시 이번 대표팀에서 주장을 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 팀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할 정도로 우리 선수들이 잘해줬다. 중국전 경기내용도 만족스럽다"면서 "집중력이 승리요인인 것 같다. 처음부터 우리가 점유율과 압박을 잡고 했고 우리가 밀리지 않도록 파이팅하고 집중하고 뛰어다녀야 했다"면서 숨가빴던 중국전을 돌아봤다.

김영권이 다음에 대표팀과 만날 상대는 일본이다. 한일전은 축구팬들도 그렇지만 선수들에게도 자존심이 걸린 한판이다. 김영권은 "FC도쿄에서 같이 뛰었던 요네보토랑 모리시게가 동료였다"면서 "모리시게는 대표팀에서도 게임을 뛸 정도의 능력이었고 나랑 같이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도 보는 선수"라면서 경계심을 보였다. 앞으로의 2경기에서도 김영권이 주장 완장의 효과를 계속해서 보여줄 지 주목된다.

khm193@xportnews.com / 사진=김영권 ⓒ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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