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광양, 김형민 기자] 700경기의 고지를 넘은 김병지(45)가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김병지는 2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선발 출격해 700번째 K리그 무대를 밟았다. 1992년 처음 데뷔 후 24년차 만에 누리는 기념비적인 경기였다.
후배들의 특별한 승리 선물을 받았다. 이날 전남은 김병지를 위해 똘똘 뭉쳐 제주를 3-1로 눌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골이 터질 때마다 떠나갈 듯한 함성과 연호로 김병지와 전남의 기를 살려줬다.
축제 한마당이 지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김병지는 "항상 200경기, 300경기 등 100대의 경기에서 졌었는데 오늘은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삼촌, 형님이 이렇게 축하받는 자리에서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종호의 선제골 후에 나온 '천하장사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이날 이종호가 전반 5분에 선제골을 넣은 뒤 전남 선수들은 다같이 김병지에게 달려가 그를 높이 들어올리면서 존경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김병지는 "후배들이 쓰는 마음이 기특하고 선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또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종호는 긍정적인 선수로 내가 2013년에 팀에 와서 봤을 대보다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도 그랬고 동아시안컵에 가서도 좋은 마음만큼 좋은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700경기까지 한결같이 걸어왔던 지난날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기명지는 "축구만 36년을 했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뒤를 이제 돌아보니까 앞만 보고 가니까 똑바로 가야 되는데 삐뚤기도 하더라. 남은 인생도 한결같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리 집사람이 좋은 탤런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을 키우고 희생을 통한 내조를 해왔다. 내 남은 인생에서는 축구와는 다른 일로 아내를 도와주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 그리고 있는 자신의 미래를 설명했다.
700경기를 채우면서 이제 앞으로 김병지가 777경기까지 갈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게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병지는 시즌 중 700경기를 앞둔 소감을 밝히면서 777경기에 대한 목표를 살짝 보여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병지는 "25살에는 1년이나 2년은 밥이랑 물만 먹고도 잘 뛰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앞으로 남은 77경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자신은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김병지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