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청주, 이지은 기자] "왜 가운데만 올렸지? 좌중간 우중간 위험하지. 나한테 물어봤으면 8m는 올려버렸을텐데"
김성근 감독의 농담섞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15일 청주구장 롯데전에서 홈런파티가 벌어진 탓이다. 나온 홈런만 5개로, 그 중 패배한 한화가 2개, 승리한 롯데가 3개를 차지했다. 특히 연장 10회 나온 김주현의 투런포 한 방이 승부를 갈랐다. 10회말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10-12. 홈런과 승부가 직결된 셈이다.
사실 청주구장과 홈런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관계다. '홈런 공장', '청주 쿠어스필드(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홈런이 많이 나와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림)등의 별명으로 더 유명했다. 지난 시즌 한화의 청주 홈경기는 5경기로, 여기서 나온 피홈런은 10개, 총 48실점을 했다. 특히 3경기는 두자릿수 이상의 점수차로 일방적인 패배로 기록됐다.
그러자 청주시가 결단을 내렸다. 중앙 펜스를 110m에서 115m까지 늘리고, 펜스 높이도 1.8m 높여 홈런 비거리를 120m까지 늘렸다. 2010년 이미 좌우 펜스 거리를 2m 늘려 100m까지 만들었지만, 오명을 떨쳐내려 기존 외야 350석을 뜯었다. 청주구장의 현재 수용인원은 1만명으로, 가뜩이나 작은 구장이 수용 가능 관객수를 더 줄여가면서까지 구장을 넓힌 결과다.
하지만 롯데의 뜨거운 방망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의 승패를 뒤집는 역전홈런은 모두 중앙담장을 넘겼다. 7회초 롯데의 1번타자 아두치가 송창식의 한복판 직구를 노려친 홈런은 비거리 130m를 기록하며 가뿐히 중앙펜스를 넘어갔다. 결승타였던 롯데 신예 김주현의 투런포도 권혁의 직구를 받아쳐 중앙 펜스를 넘긴 비거리 120m의 홈런이었다. 롯데 홈런의 혈을 뚫어줬던 최준석의 스리런은 비거리 115m를 기록하며 왼쪽 담장을 넘겼다. 김 감독의 우려대로다.
"롯데 홈런 잘 치잖아. 우리만 만나면 잘쳐." 김 감독의 말을 들은걸까. 거짓말처럼 롯데의 타선이 살아났다. 한화도 잘 쳤지만, 롯데는 더 잘 쳤다. 중요한 승부처마다 홈런이 터지며 쫓고 쫓기는 싸움이 계속됐지만, 4시간 반의 혈투 끝에 승리는 더 잘 친 롯데가 가져갔다. 이로서 한화의 4연승 도전도 한 번 더 실패했고, 승패차는 +6에서 멈췄다. 한화로선 청주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이겨 위닝시리즈를 가져가야만 5위를 지킬 수 있다. 이날 승부처 역시 '홈런'에 달렸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사진=아두치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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