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나유리 기자] "다들 18살짜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시나봐요. 충분히 잘해주고 있는데."
넥센 히어로즈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2차전에서 6-5로 승리했다.
이날 넥센의 선발 투수는 김택형이었다. 올해 신인들 가운데 염경엽 감독이 좋은 재목으로 점 찍어 1군에서 키우고 있는 유망주 투수다. 그리고 김택형도 팀의 기대대로 호투와 고전을 반복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런 김택형을 바라보는 주위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질 때 마다 염경엽 감독은 "이제 겨우 18살이다. 택형이가 지금부터 완벽했다면 그건 류현진이지 않나. 이미 잘해주고 있다. 기대치만큼 해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순간은 말그대로 예기치 못할때 찾아온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롯데전에서 2⅓이닝 5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던 김택형은 선발로는 처음 마주한 두산을 상대로 4회까지 무결점 피칭을 펼쳤다. 1회 삼자범퇴, 2회 삼자범퇴 그리고 3회 2아웃 이후 첫 볼넷을 내줬으나 무리 없이 이닝 종료. 4회에도 선두 타자 출루 이후 김현수를 상대해 병살타 유도에 성공하면서 스스로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5회말이 김택형과 넥센의 승운을 바꿔놓았다. 선두 타자 양의지에게 초구에 던진 공이 몸에 맞으면서 주자가 출루했고, 허경민의 타구가 2루수 키를 넘겨 우전 안타가 됐다. 무사 주자 1,2루. 다햏이 고영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유민상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2-0으로 앞서던 넥센은 2-1까지 추격을 받았다. 더 이상 실점하면 패전 위기에 몰릴 수도 있는 상황.
그때 9번 타자 김재호의 타구가 중견수 앞쪽으로 흘러 나갔다. 유격수 김하성이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지만 글러브에 채이지 않았고, 타구를 막는데 만족해야 했다. 결국 내야 안타로 주자 만루 위기가 계속됐다.
다음 타자는 민병헌. 민병헌은 김택형의 2구째를 받아쳤고, 얼핏 보기에는 처리하기 쉬운 뜬공성 타구로 보였다. 그러나 타구가 생각보다 급하게 꺾여 떨어졌고 우익수 스나이더와 2루수 김민성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뜬공으로 보여 두산의 주자들의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에 송구가 성공한다면 홈에서 3루 주자를 아웃시킬 수도 있는 상황.
우익수 스나이더가 홈 송구를 했지만, 애석하게도 홈을 지키고 선 포수 박동원이 포구에 실패했다. 3루 주자는 무난히 홈을 밟았고, 김택형은 앞선 타석에서 병살타를 잡아냈던 김현수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교체됐다.
양의지의 사구, 김재호, 민병헌의 타구 그리고 홈 송구까지. 계속해서 상황이 꼬였고, 김택형은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형'들이 끝내 재역전을 일궈내면서 마음의 짐을 한꺼풀 덜게 됐다. 이제 열여덟살. 겪어야 할 것이 더 많은 신인 김택형에게 5일 두산전 5회말은 두고두고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잠실, 권혁재 기자]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