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조용운 기자] 주중 K리그를 몰아친 강풍은 FC서울 최용수(42) 감독의 중국 장쑤 이적설이다. 한국 축구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즌 도중의 감독 영입설에 사흘 가량 서울을 비롯한 K리그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달 말 장쑤 쑨텐으로부터 거액의 유혹을 받았다. 성적 부진의 팀을 당장 맡아 순위를 끌어올려 달라는 제안이었다. 그에 대한 대가는 상당했다. 기본 연봉이 20억원에 달할 만큼 K리그와 판이 다른 돈의 유혹이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제의"
열흘 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솔직한 최용수 감독의 심정이다. 그는 "첫 제의를 듣고 '이게 말로만 듣던 (그런) 제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OK 사인 한 번에 총액 50억원의 계약이 성사될 분위기가 다소 놀란 듯했다.
고민이 깊었다.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인정해주는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았다. 장쑤행에 대한 문을 열어두고 장고에 돌입했다. 선후배와 동기 등 축구인에게 조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래도 확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결정할 수 없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흘렀고 서울 구단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최용수 감독을 장쑤로 보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시즌 도중에 옮기는 것은 무책임"
중국행의 문은 열렸지만 선수들이 눈에 밟혔다. 최용수 감독은 "지금의 선수들은 나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들을 두고 시즌 도중에 옮기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선수들이 마음에 걸리자 결정은 일사천리였다. 그는 "지금까지 함께 땀을 흘렸던 신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것이 나를 잡게 했다"며 "우선순위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돈을 좇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놓고 보니 제안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쑤가 내게 관심을 보낸 것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이 크다. 그러나 이는 선수들이 나를 과대포장 시켜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한다"
최용수 감독은 서울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 구단에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떠나든 안 떠나든 구단은 내 선택을 존중했다. 큰 은혜를 입었다"며 "지금도 과분한 대우와 특혜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단이 난 만큼 더 이상 이적설과 관련해 말이 길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최용수 감독은 "선수들도 잠시 동요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래도 내 결정을 말하니 집중력과 눈빛이 달라진 모습이다"며 "새로운 마음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하자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지도자 인생의 최대 고민의 시간을 밝혔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최용수 감독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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