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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석현준을 만든 한마디 "16m 안에선 네가 최고다"

기사입력 2015.06.25 05:48 / 기사수정 2015.06.25 11:18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① 석현준이 들려주는 유럽 이야기

2009년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도 하지 않은 한 소년이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 덜컥 입단했다. 꿈만 같았던 그의 입단 비하인드 스토리와 그의 이력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많은 관심과 기대를 안고 그는 한국 축구의 유망주로 살았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석현준(23, 비토리아FC)은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많은 이국땅을 돌고 돌아 자리를 잡은 포르투갈 리그에서 40경기 10골을 터트렸다. 5년간 5개팀을 거쳤던 떠돌이생활과 오랜 유럽에서의 도전 끝에 이룬 하나의 결실이었다. 석현준 스스로도 만족해하고 있다. 특히 9골에 이르렀을 때 어느 분야에서도 가장 넘기 힘들다는 아홉수를 넘었을 때의 주변 응원들을 잊지 못한다.

"일단 두자릿수 골을 넣었다는 것에 대해 모두들 인정을 해주셔서 내게는 감사한 일이다. 지난 시즌은 뜻깊은 한해였다. 9골을 넣었을 때는 주변에서 다들 한골만 더 넣어라고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 10골을 넣어야 정말로 성공한 시즌이라고도 말해주셨다. 10골을 넣어 감사하고 칭찬해주시는 한국팬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유럽 무대에서 두자릿수 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서는 차범근, 설기현, 박지성, 박주영, 손흥민에 이어 석현준까지 단 6명에게만 허락된 기록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긴 과정이 있었다.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 지금부터 석현준에게서 들어본다.



유럽을 찾아간 석현준, 시작은 첼시였다

2009년 석현준을 유럽으로 이끈 것은 첼시였다. 고등학교 2학년때 첼시에서 테스트 제의를 받았다. 좋은 기회다 싶어 짐을 싸들고 곧바로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모든 일이 기대대로 풀리지 않았다.

석현준 "다 준비를 하고 영국으로 넘어갔는데 테스트를 해주겠다고 했던 감독님이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쪽으로 넘어가셨다. 그래서 3주동안 크리스탈팰리스에서 훈련을 하다가 크리스탈팰리스쪽에서 계약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나이가 너무 어렸고 영국리그도 잘 몰랐던 데다가 오로지 첼시만 보고 왔었기 때문에 첼시 아니면 가기 싫었고 해서 계약을 거절하고 아약스로 넘어갔다."

갑작스럽게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네덜란드로 자리를 옮긴 석현준은 지푸라기를 하나라도 건지겠다는 마음으로 아약스를 찾았다. 자신의 선수 프로필을 전달하고 연락을 기다렸지만 구단은 번번히 테스트할 기회 한번 달라고 했던 석현준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순간 일생일대의 고민을 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빨리 면접 준비를 해야 하니 돌아오라는 전화가 매일 왔고 마음 한켠에서는 유럽에 대한 꿈이 커져만 가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짐을 싸기 직전 석현준은 부딪혀보자는 결심이 섰다. 일단 아약스를 당시에 이끌던 마틴 욜 감독을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석현준 "마지막에 한국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훈련장에 가서 감독님을 붙잡고 이야기라도 해보자고 해서 아약스 훈련장으로 갔다. 가서 팀 훈련을 보고 나서 라커룸으로 들어가려던 욜 감독님을 붙잡아 세우고 사진 한번 찍자고 말했다. 그 뒤에 '나는 한국에서 온 스트라이커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 순간 감독님이 잠깐 들어와서 이야기 좀 하자고 해서 간절한 눈빛으로 한번만 운동장에 서게 해달라고 했고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에 테스트를 한번 해보자고 해서 했고 그렇게 입단까지 갔다."



마틴 욜의 한마디 "16m 안에서는 니가 최고다"

2009-2010시즌부터 석현준은 꿈에 그리던 유럽 무대를 밟았다. 욜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데뷔는 물론이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까지 경험했다. 2010년 2월 로다JC와의 경기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돼 홈팬들 앞에 처음으로 섰다. 누구나 처음을 잊지 못하듯 석현준도 데뷔전에 대한 벅찬 감격을 잊지 못한다.

석현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아약스를 간 것이었다. 고등학교 경기만을 뛰다가 유럽에서 뛰는 것이 가슴이 벅차고 들어가기 전에 라인에 섰을 때에는 내가 지금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경기장 내 소리가 너무 컸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이후 석현준은 욜 감독의 지도 아래 조금씩 성장해갔다. 석현준의 기량에 대해 확신이 생긴 욜 감독은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조급해할 수 있는 19살의 나이에도 천천히 성장해 갈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도왔다.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석현준을 향해 욜 감독은 "너는 골대로부터 16m 내에서는 최고다. 어디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한마디를 던졌다. 이를 들은 석현준에게는 타국 생활을 견디고 꿈을 키울 수 있는 힘이 되고 더욱 분발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 칭찬이었다.

석현준 "입단하고 난 뒤에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고 실수를 해도 기죽지 말고 어린 나이에 스스로가 보기에는 실력이 안 늘고 안주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성장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또 '16m 안에서는 니가 최고의 공격수'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어느 지점에서든지 골을 넣을 수 있고 최고의 스트라이커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즐라탄처럼 강하게 수아레스처럼 영리하게

영원할 것만 같았더 아약스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욜 감독이 팀을 떠났고 석현준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이후 많은 리그와 소속팀을 옮겨다녔다. 2011년부터 5년 사이 5개팀을 거쳤고 지금은 포르투갈의 빅토리아 세투발에 정착해 활약하고 있다.

석현준 "제가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녀봤지만 세투발 같은 경우에는 동네가 조용하고 사람들도 모두 가족같은 분위기여서 좋다. 집에서 구단까지도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걸어다닌다. 나에게는 정말 편한 동네다. 이전에 다른 팀 선수들도 잘 지냈지만 이번 세투발 선수들은 나에게 공을 많이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어서 많은 기회들이 오니까 나름대로의 좋은 점이 있다."

팀은 계속해서 변했지만 그만의 롤모델과 따라가려는 플레이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처음으로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했던 2010년에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가장 닮고 싶은 선수로 손꼽았던 그는 지금도 이브라히모비치를 입에 담았다. 아약스에서 함께 활약했던 루이스 수아레스의 영리한 플레이도 그가 갖고 싶어하는 부분이다.

석현준 "이브라히모비치의 강인한 모습과 수아레스처럼 영리한 플레이를 원한다. 경기를 보면 이브라히모비치는 정말 강하다. 웬만해서는 다른 선수들이 그를 어떻게 하지 못할 만큼 강한 포스를 보여준다. 수아레스는 영리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석현준은 다음 2015-2016시즌에 한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선 목표는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이다. 그 뒤에 그리고 있는 구상도 있다. 포르투갈에서 손꼽히는 벤피카 유니폼을 입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잡았다. 스페인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벤피카에 가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기회가 된다면 레알 마드리드로 가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석현준의 축구인생의 다음 페이지다.

석현준 "전 시즌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이 목표다. 이제 팀에 적응도 했고 팀의 스타일과 선수들의 플레이 방식도 알고 있기 때문에 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내가 포르투갈에서 가장 좋아하는 팀이 벤피카다. 벤피카에 꼭 가고 싶고 벤피카에서 레알 마드리드나 FC바르셀로나 등 스페인으로 많이 간다. 벤피카로 간 이후에 갈 수 있다면 레알 마드리드로 가고 싶다. 꿈과도 같은 이야기다."

※ 포르투갈을 정복한 석현준 선수 인터뷰

[인터뷰②] 편견에 가린 진실, 석현준은 '많이 뛰는 공격수'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석현준, 마틴 욜 감독 ⓒ AFPBBNews=news1, 석현준 선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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