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07 09:58 / 기사수정 2007.11.07 09:58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1월 6일부터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일본배구의 성지로 불려지는 도쿄메트로폴리탄 체육관을 떠나 오사카로 자리를 옮겨 2007‘ 월드컵대회 2주차 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미니카를 상대로 한 첫 경기에서 마침내 1승을 거두었습니다.
세르비아, 일본, 이탈리아에게 3연패를 당하다가 마침내 값진 첫 승을 올렸지만 그리 개운치 못한 승리였습니다.
상대인 도미니카공화국은 계속 성장 중인 팀입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수비력과 조직력의 플레이는 아직도 미숙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쿠바선수들과 필적될 탄력을 지닌 이들이 구사하는 서브는 제법 강도 있게 발전했더군요.
그러나 한국 팀이 못 받을 정도로 위력적인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대 일본전과 이탈리아 전에서 조금이나마 안정됐던 리시브를 보여준 한국 대표팀은 초반에 최악의 리시브 난조를 보이며 많은 점수차로 뒤져있었습니다.
참으로 실망스런 모습이었는데 문제는 후위에 위치한 선수들이 전부 리베로에게만 의존했던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후위에 자리 잡고 있다면 리베로만 수비를 전담하는 게 아니라 협력 수비가 이루어져야합니다. 그러나 배구의 기본인 이 점을 한국의 선수들은 잠시나마 잊고 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리베로 김혜란은 거듭 실수를 연발했고 수비 좋기로도 정평 난 김연경 역시 리시브 난조를 보였습니다. 현재 한국 팀의 최대 약점은 위기관리 능력입니다. 한번 리시브 난조에 빠지면 출구를 쉽게 찾아내지 못하고 한꺼번에 5점 이상의 실점을 범합니다. 이렇게 해선 어느 팀을 상대로 해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고 이기는 경기도 더더욱 하기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1세트에만 상대편에게 5개의 서브에이스를 헌납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리시브가 나쁘다고 해도 단조로운 공격 패턴만 고집하면 좋은 경기내용을 이끌어 갈수 없습니다.
때때로 좋은 리시브가 올라와도 세터 김사니는 지속적으로 레프트 공격수에게만 의존했습니다. 때문에 아직도 부상에서 완쾌하지 못한 김연경은 세트가 거듭되면서 높이가 낮아지고 파워도 떨어져갔습니다. 비록 김연경이 최고 득점인 26득점을 올리고 이 경기의 선수로 선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썩 내키지 않는 경기내용이었습니다.
그나마 한국이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은 또 한 명의 레프트 공격수인 한유미가 실수를 줄이고 19득점을 올리며 분전해 줬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효블로킹도 먹혔기 때문에 상대공격을 바운드 시켜 공격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경기의 패자인 도미니카가 기록한 서브에이스가 무려 9개였고, 12개의 블로킹을 기록하게 한 것은 분명히 반성해 볼만한 경기내용이었습니다. 한국 팀의 서브에이스와 블로킹은 고작 2개와 5개에 그쳤기 때문이죠.
이런 기록이 나왔는데도 경기에서 이긴 것을 보면 조금은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아직 조직력과 수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도미니카가 범실을 유도한 사이에 한국이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도미니카의 선수들이 수비의 기본기가 다듬어지고 많은 국제경기 경험을 가진다면 앞으로 한국이 계속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늘 우리가 1승 상대로 여겨온 도미니카는 앞선 경기에서 현재 한국팀에게 2연승을 구가 중인 태국 팀을 3:2로 물리쳤습니다. 이제 7일이면 상대하게 될 태국이 어떤 팀입니까? 몇 십년 동안 한국을 감히 넘볼 수 없었던 그들은 현재 한국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태국의 경기내용을 보면 한국보다 훨씬 짜임새가 있고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구사합니다. 그리고 서브의 강도도 한수 위고, 수비의 조직력도 한국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다양한 패턴의 조직력을 구사하며 해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우선적으로 작용했고, 최근 일본 못지않게 대대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현지 팬들의 관심도 한몫을 했습니다. 그러한 인기가 대대적인 투자로 이어졌으니까 말이죠.
한국이 도미니카에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얻은 1승의 경기 후, 태국은 일본에게 세트스코어 3-0으로 패했습니다. 일본의 조직력은 태국의 완성된 조직력보다 한수 위였고 훨씬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태국이 이렇게 패한 결과를 떠나서 경기 내용상으로는 그들이 한국보다 훨씬 알찬 내용의 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속공플레이와 양쪽 날개를 이용한 C퀵도 한국보다 빠른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서브의 위력도 한수 위고 수비의 조직력도 한국보다 뛰어납니다. 이러한 전력의 결과를 떠나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희망으로 거는 것은 김연경의 개인기에 의존한 플레이와 그나마 지금까지 상대한 팀들에 비해 낮은 공격을 차단하는 유효 블로킹, 그리고 김연경의 활약을 뒤받쳐 줄 한유미와 배유나의 플레이를 기대해야만 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태국에 비해 훨씬 체계적인 배구를 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플레이 스타일이 매우 단조로운 편입니다. 태국은 아마 김연경만 제대로 차단하면 그네들의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미들 블로커 진들과 김연경과 한유미를 제외한 선수들의 플레이가 미덥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 선수들을 배제한 플레이를 계속 펼치다보면 미래에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일본에서 위력적으로 통하는 중앙속공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직접 실전으로 터득한 뒤 완성된 것입니다. 김사니 세터와 대표팀의 코칭스태프진도 이 점을 숙지해야 합니다. 현재 계속 통하는 선수만을 고집하면 나머지 부분의 발전은 미흡해집니다.
한 번, 혹은 두 번은 안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실험해보고 손발을 맞춰봐야 비로소 완성된 플레이가 나타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내년 5월에 있을 올림픽 예선을 위한 이번 대회는 이러한 거듭된 실험이 필수적으로 요할 시기입니다.
같은 플레이만 고집하다보면 결코 다양한 패턴의 플레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실패하더라도 그 축적된 경험이 완성된 플레이로 발전하는 토대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월드컵에 참가한 대표팀이 치러야할 과제입니다.
<사진 = KT&G 아리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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