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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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태의 눈] 심판 수준이 올라가야 한국축구도 산다

기사입력 2015.06.18 06:00 / 기사수정 2015.06.17 18:24

이은경 기자


 
축구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심판에 대해 할 말들이 많을 것이다. 일단 나는 딱 한 마디를 하고 싶다. 지금처럼 심판을 보면, 한국축구는 관중이 다 떨어져 나간다는 거다.

필자가 지도자 생활을 한 게 30여 년이 됐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모든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기술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시설 등 인프라, 국제대회 성적, 승강제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그 세월 동안에도 두드러지는 발전이 없었던 분야가 바로 심판 분야다.
 
내가 심판 판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건, 우리 팀 혹은 내가 판정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게 억울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심판들 개개인이나 대한축구협회의 심판실 등이 한국축구 심판 판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들이 전달이 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오죽하면, 내가 이 칼럼을 빌어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건 ‘대한축구협회가 경기감독관에게 카메라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카메라 가격이 싼 건 아니지만, 50여 대만 있으면 협회 주관 경기가 열리는 곳에 경기감독관이 돌아가면서 들고갈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 역시 프로 각급 리그 경기에 감독관들이 카메라를 들고 갈 수 있게 해 달라.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심판에 대한 징계가 너무나 허술하게 솜방망이처럼 이뤄지기 때문이다. 경기 도중엔 판정 시비가 자주 일어난다. 선수나 감독이 판정에 불만을 품고 강력하게 어필하면 어떻게 되나. 퇴장 당한다. 웬만한 경우에 다 레드카드가 나온다.
물론 선수나 감독이 잘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대부분 강력한 징계가 뒤따른다. 반면 심판이 잘못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제대로 벌점을 매기거나 징계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심판 판정에 대한 평가와 징계는 경기감독관의 보고서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런데 경기감독관들은 그라운드에서 꽤 멀리 떨어진 본부석에 앉아서 경기를 본다. 0.1초의 순간에 파울인지 아닌지, 골인지 아닌지, 오프사이드인지 아닌지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경기감독관이 그 먼 거리에서 맨눈으로 그 모든 걸 어떻게 판당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경기감독관들은 심판의 판정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판단을 이런 식으로 지켜보고 결정한다.
 
그래서 판정에 대해 불만이 있는 팀은 해당 팀이 직접 찍은 경기 영상을 감독관에게 보내서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경우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요청하는 것이다. 제발 감독관이 직접 찍어서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요즘은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먼 거리에서 찍어도 경기장이 한눈에 다 들어오게 찍을 수 있다. 200m 떨어진 곳에서 찍어도 선수 얼굴을 다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화질도 좋다. 이렇게 카메라를 지급하는 게 대한축구협회의 예산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기본적으로 경기장에서의 심판 판정은 번복할 수 없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여기까진 잘 알겠다. 하지만 심판이 판정에서 실수를 했을 경우 심판에 대해서도 강력한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 벌금을 매기거나, 출장정지를 확실하게 주거나, 하위리그로 강등시키는 등의 징계가 필요하다. 그래야 심판들도 매 경기 긴장한다. 그리고 판정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심판의 질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독일에서는 리그 경기에서의 판정을 두고 TV 프로그램에서 세세한 영상분석을 해서 비판을 한다. 이렇게 공론화가 되면, 심판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긴장을 안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심판들이 실수를 해도 징계가 가볍거나, 징계를 받았는데도 은근슬쩍 경감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심판들은 징계를 피하기 위해 실력을 키우려는 노력보다 경기감독관에게 ‘연줄’을 만들어서 잘 보이려고 더 노력한다. 이렇게 되면 심판의 질은 향상되기 어렵고, 악순환이 이어진다.
 
심판의 질을 높이려면 여러 방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소한 경기감독관이 경기를 촬영해서 객관적인 자료를 만들어놓고, 그걸 기준으로 합당한 상벌이 이뤄지길 바란다. 이 촬영 자료가 쌓이면, 심판 교육용 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판정은 살아움직이는 경기 현장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 실전의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공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챔피언스리그나 월드컵 토너먼트 경기를 떠올려 보자. 심판이 경기 흐름에 방해되지 않게 경기 운영을 잘 하기 때문에 관중이 명경기를 즐길 수 있다. 경기에서 자꾸 심판이 보이면 안된다. 한국 축구가 정말로 수준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심판 판정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는 회장 등 수뇌부가 폼 나는 일만 하려하지 말고, 이런 기본적인 부분을 다듬는데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으면 한다.

엑스포츠뉴스 해설위원





[사진=K리그 경기에서 나온 판정 항의 장면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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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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